오픈프라이머리, 전제조건이 있다

    고하승 칼럼 / 유은영 / 2012-06-03 11: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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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여야 대권주자들이 모두 ‘박근혜 대세론’과 ‘안철수 신드롬’에 겁을 먹은 것 같다.

    이재오 김문수 정몽준 등 이른바 ‘도토리 주자’라고 불리는 여권 주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요구하는 것이나,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이 같은 갈등에 부채질 하는 것은 아무래도 ‘박근혜 대세론’과 ‘안철수 신드롬’이 워낙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3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서울 중곡제일시장의 한 상인의 말을 인용, "(박 전 위원장이)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정치를 한다면 완전국민경선제를 안 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안 받으면 자기 눈높이에 국민을 맞추는 것"이라고 박 전위원장을 압박하고 나섰다.

    앞서 김문수 경기도지사 측 김동성 대변인도 지난 1일 "경선준비위를 구성하지 않고 최고위에서 경선 룰을 결정한다면 이미 정해놓은 대로 몰고 가는 요식행위"라며 "국민들의 사랑과 관심을 얻기 위해선 완전국민경선제만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바로 그날,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박근혜 저격수’를 자임하고 나선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새누리당 내에서도 많은 분이 오픈프라이머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오직 박 전 위원장 한 분이 반대하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의 모든 의사가 무시되는 것 같다”며 “민주당도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힘을 실어 주었다.

    이미 새누리당내 비박계 김용태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고보조금을 받은 정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 하에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이 법안에는 김태호 이재오 정두언 정몽준 의원 등 MB 측근들이 모두 참여했다. 여기에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까지 “민주당도 동조하겠다”고 사실상 공개 지지를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경선 룰의 전쟁’에서 고립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실 단순히 유불리만 따진다면, 박 전 위원장이 오픈프라이머리를 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그 방식이 박 전 위원장에게 더 유리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선뜻 그 경선 룰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그것이 정당정치의 근간을 훼손 할 수 있다는 원칙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 빤히 예상되는 금품선거, 동원선거의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특히 현실적으로 역선택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만일 이런 문제들만 해결될 수 있다면, 박 전 위원장도 양보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우선 역선택 문제를 해결하자면, 여야 각 정당이 동시에 경선을 실시해야 한다.

    그럼, 같은 날 경선을 실시하지 않은 정당의 후보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또 경선 없이 출마가 가능한 무소속 후보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들의 출마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가?

    가령 안철수 원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려 할 경우, 당신은 당내 경선을 치르지 않았기 때문에 출마해서는 안 된다고 저지할 수 있을까?

    그것은 위헌의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만일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즉 누구든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생각이라면, 반드시 여야 어느 정당이든 들어가서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법률을 만들고, 그게 위헌이 아니라면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 한 것 아니겠는가.

    사실 그런 법이 만들어질 경우, 안철수 원장은 반드시 민주당에 들어가서 경선을 치러야만 한다. 그렇게 되면 안철수 효과가 반감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즉 여야가 함께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하면 야권이 민주당 후보를 먼저 정한 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다시 후보 단일화 이벤트를 펴는 것이 불가능해 진다는 말이다.

    이런 전제조건이라면, 까짓 거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무소속 출마를 제한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다분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무소속 출마를 제한할 수 없다면 역선택을 방지할 아무런 방도가 없는 것 아니겠는가.

    결국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은 올바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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