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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19대 국회 개원 후 첫 의원 워크숍에 참석한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지난 4일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12월 대선 전략 수립에 나섰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무엇보다도 미래 이슈를 선점해야 하는데, 최대 이슈인 복지 문제는 이미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선점해 버린 상태다.
또 당내 후보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데, 가장 유력한 문재인 상임고문의 지지율은 4.11 총선패배이후 당내 원내대표 경선과 당 대표 경선을 거치면서 오히려 지지율이 더욱 떨어지고 있다.
그 대안으로 손학규 전 대표와 김두관 경남지사가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그들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를 맴돌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정동영 전 의원과 정세균 의원의 지지율은 새누리당 비박계 정몽준 의원이나 김문수 지사의 지지율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초라하기 그지없다.
오죽하면 당 밖의 안철수 서울대 교수에게 목을 매겠는가.
그러나 장내가 아니라 장외에 유력 대선 후보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민주당으로선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안철수’에 관해 말을 꺼내면 꺼낼수록 민주통합당만 초라해진다. 그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안 교수를 향해 추파를 던질 수밖에 없는 민주당의 처지가 딱하기 그지없다.
야권연대도 문제다.
비례대표 부정선거 문제로 촉발된 통합진보당 내홍이 급기야 종북문제로 비화되면서 그 불똥이 민주통합당에게까지 튀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연대를 지속하자니 국민의 시선이 두렵고, 깨자니 무려 40%대의 높은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박근혜 대세론’을 뛰어 넘을 방도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임수경 의원이 탈북자들을 향해 ‘배신자 ××’라고 하는 막말 파문까지 터지고 말았다.
지금부터 계속 호재(好材)만 쌓인다고 해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이처럼 악재(惡材)까지 겹치고 있으니 민주당으로서는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민주당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은 ‘MB 정권 심판론’이 오는 12월 대선에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여권의 가장 유력한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과 이명박 대통령이 비록 새누리당에서 한 솥밥을 먹는 처지이긴 하지만, 그들이 한통속이 나이라는 것을 국민이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명박의 남자’로 통하는 이재오 의원이나 ‘이명박 아바타’라고 불리는 임태희 전 대통령 실장, 아니면 친이계 김문수 경기지사나 정몽준 의원이 대통령 후보로 나서준다면 ‘MB 심판론’으로 그들을 한방에 보내버릴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들이 새누리당의 대통령 후보가 될 가능성은 전무하다.
따라서 민주당은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과의 싸움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데 마땅한 전략이 나오지 않고 있다.
실제 민주당이 박 전 비대위원장을 향해 “박정희 딸”이라고 몰아세우지만,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은 오히려 그런 민주당을 “정쟁세력”으로 치부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박정희의 딸”이라는 민주당의 비판은 득보다 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박근혜 대선 후보의 최대치는 '민주적 박정희'일 것”이라며 “이 민주적 박정희에 어떻게 맞설 것인지를 고민해야한다”고 민주당에 조언했다.
사실 민주당은 현재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민주적 박정희’가 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으며, 현실적으로 그것을 막을 방도가 없다.
그리고 박 전 비대위원장은 기꺼이 ‘민주적 박정희’가 돼야 한다.
그의 부친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꼽히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박 전 대통령에게 과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초석을 깔았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민주인사를 탄압했다는 부정적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부친의 긍정평가를 받는 부분은 계속 이어받되, 부정평가를 받는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고 장준하 선생의 유족을 만나는 등 몇 차례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좀 더 확실한 메시지를 국민들 앞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종북세력이 아니라면, 박 전 위원장은 과감하게 민주화 세력을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이 ‘박정희 프레임’을 뛰어 넘어 ‘민주적 박정희’가 되는 지름길이자, 이번 대선에서 ‘천하무적’ 후보가 되는 확실한 방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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