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왕십리CGV에서 “국내 많은 퀴어영화가 이성애자 중심의 사회에서 동성애자로 사는 어려운 현실을 보여주는 우울하고 무거운 내용이 주를 이뤘다. 물론 현실이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이 영화는 동성애자로 살면서 행복하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는 유쾌한 영화”라고 말했다.
“나 역시도 커밍아웃을 하고 살고 있는 동성애자다. 내 삶이 영화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밝고 명랑하게 살고 있고 행복하지만 때때로 사회 현실 때문에 힘들고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면서 “동성애자로 한국에서 사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 직면하면 우울하고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영화도 그에 맞게 그리고자 했다. 또 가능하면 현실적인 해피엔딩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원래 이맘때가 되면 결혼식을 했어야 한다. 지난해 올해 결혼하겠다고 말했는데 나의 파트너 부모가 시간을 달라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 축복받고 싶다. 만약 내가 결혼을 했으면 영화 마지막 부분의 결혼식이 행복한 엔딩이 됐을 것 같다. 하지만 목표를 못 이루면서 영화를 판타지적으로 그린 것 같아 아쉽다. 동성들이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엔딩이 현실에서 너무 벗어난 판타지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은 같은 병원의 게이 동료 의사 ‘민수’(김동윤)와 레즈비언 ‘효진’(류현경)이 서로의 소망을 위해 위장결혼을 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밖에서는 완벽한 신혼부부지만 옆집에 숨겨둔 각자의 애인과 이중생활을 즐기는 모습을 밝고 유쾌하고 그렸다.
유쾌하고 밝은 것에 초점을 맞춰 ‘민수’와 ‘석’(송용진)의 사랑이 너무 갑작스레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김조광수 감독은 “동성애자가 사랑에 빠지는 속도와 이성애자가 빠지는 속도는 다르다. 동성애자는 나처럼 커밍아웃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게이 바나 커뮤니티 단체를 가야 하기 때문에 짝을 찾고 싶다는 욕망에 들끓는다. 외모로 봐서 정말 마음에 든다 싶으면 바로 불꽃이 튄다. 남자가 여자들보다 성적 욕구가 많고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성질을 가진 동물이다. 게이들은 남자와 남자니까 더 빠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성애자들이 ‘너무 급하게 가는 게 아니냐’, ‘설명이 부족한 게 아니냐’고 얘기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게이 감독이고 게이에 대해서 이성애자와 다른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극의 흐름에 크게 방해가 안 된다면 사랑에 확 빠지는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다”는 마음이기도 하다.
“동성애자는 일반인들과 다르다. 동성애자는 이성애자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같다고 주장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내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이 있는 것 같다”고 차별하기도 했다.
동성애자의 사랑을 담은 영화에서 이성애자들이 연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이성애자들과 연기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커밍아웃한 게이 배우가 거의 없다. 또 커밍아웃을 하면 홍석천처럼 다른 영화에 출연을 못한다. 이성애자 역할을 주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면 이성애자 배우들과 하겠다고 생각했다. 이성애자 배우들이 게이 역할을 하면서 자기가 생각하지 않았던 게이나 레즈비언들의 것을 알게 되면서 동성애자 친구들을 만들어가는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은 2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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