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경선, 당심-민심 왜곡 확인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2-06-12 14: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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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당심과 민심이 모두 왜곡됐다.”

    이는 지난 9일 치러진 민주통합당 당대표 경선결과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것도 당 밖에서 비판하는 소리가 아니라, 당내 주요 인사들이 직접 실상을 고백하는 발언이라는 점에서 가히 충격적이라 할만하다.

    실제 김한길 최고위원은 "이번 전당대회 결과는 당심과 민심을 외면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우상호 최고위원도 "김 최고위원 말처럼 당심과 민심이 반영되지 못한 결과"라고 가세했다.

    대통령후보 경선 출마의사를 밝힌 김영환 의원도 '위대한 국민과 모발심(모바일 투표로 나타난 민심)의 왜곡'이란 글을 통해 "민심과 당심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만든 모바일 경선이 민심을 왜곡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종걸 최고위원 역시 “당심과 민심의 균형과 차이가 있다면 조율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한데, 이번에는 결과가 상당히 다르다”며 모바일 투표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드러냈다.

    특히 그는 “당심만 내세우는 당은 일반 국민과 괴리되어 대중정당의 모습을 잃을 수가 있지만 민심만 강조하는 정당은 포퓰리즘 정당이라든지 정책성 없는 정당이라 평가받을 수 있다”며 “이 두 개의 균형과 차이가 있다면 조율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한데 이번은 두 개다 결과가 상당히 다르다, 왜곡이 있었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연 이들의 지적은 사실일까?

    12일 <내일신문>이 입수한 민주당 대표경선결과 세부자료에 따르면, 이 같은 주장은 모두가 사실이었다.

    실제 김한길 후보는 지난 1~2일 치러진 '권리당원' 모바일투표에서 8만1140표 가운데 2만6381표(32.5%)를 얻었다.

    이는 1만9219표(23.7%)를 득표한 이해찬 후보보다도 무려 8.8%p나 앞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연령별로 볼 때, 김 후보는 40세 이상 시민선거인단 모바일투표에서도 9만5182표 가운데 2만 3442표(24.6%)를 얻어 2만2757표(23.9%)를 획득한 이 후보를 0.7%p차로 앞섰다.

    결국 김 후보는 지역 현장투표는 물론 당원 모바일투표와 40세 이상의 시민선거인단 모바일 투표에서도 모두 이해찬 후보를 제쳤다.

    다만 이 후보는 39세 이하의 시민선거인단 모바일투표에서 7만4972표 가운데 31.0%인 2만 3238표를 얻어 1만2912표(17.2%)에 그친 김 후보를 13.8%p 차이로 앞섰을 뿐이다.

    즉 이 후보는 지역 표심은 물론 당심과 40세 이상의 민심조차 얻지 못했는데도, 20~30대 비당원선거인단에서 13.8%p 차이로 이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당 대표가 된 것이다.

    그래서 당 안팎에서는 '게임의 룰'과 '조직동원'에서 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모바일투표에서 '권리당원'과 '비당원'사이에 '1:1득표율 보정'이 이뤄졌다면 권리당원 모바일투표에서 7162표(8.8%p) 차이로 이긴 김 후보가 이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릴 수 있었다.

    따라서 민주당의 6.9 전당대회는 당심과 민심이 모두 왜곡된 ‘엉터리 경선’이었다는 점을 부인 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이런 엉터리 경선이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는 점이다.

    즉 당심과 민심이 원하는 후보가 아니라, ‘게임의 룰’을 유리한 쪽으로 작동할 수 있는 특정세력이 원하는 후보가 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반면, 현재 새누리당은 당원과 비당원의 비중을 '50:50'으로 적용해 이른바 '당심'과 '민심'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앞서 민주당 역시 지난 2010년 당 대표경선까지는 당심과 민심의 균형을 50대 50으로 맞추는 방식을 적용했었다.

    그러다가 친노 세력이 득세하면서 그들이 유리한 모바일 경선을 도입하게 됐고, 결국 친노세력이 원하는 결과가 나타나게 된 것이다.

    실제 지난달 30일 선거인단 모집 마지막 날 5만 5000명이 한꺼번에 등록한 것을 두고 친노 성향의 시민단체와 온라인 모임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로써 당심과 민심을 균형 있게 반영하는 새누리당의 현행 방식이야말로 지금까지 해온 경선 방식 가운데 가장 합리적인 방안임이 입증된 셈이다.

    그런데도 새누리당 내 이른바 ‘도토리 주자들’라고 불리는 형편없이 낮은 지지율의 ‘비박 3인방’은 현행 제도를 바꾸자고 아우성이다.

    심지어 경선 보이콧을 운운하며 어린아이 떼쓰듯 보채기도 한다.

    어쩌면 그들은 민주당 경선에서 당심이나 민심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났듯이 새누리당 경선에서도 그런 왜곡된 결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라는 게 있다.

    이해찬과 김한길의 차이라면, 몰라도 박근혜와 도토리의 차이는 그 간극이 너무 크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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