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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김두관 만이 기득권에 휘둘리지 않고, 제대로 된 개혁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8일 오후 해남 땅끝마을에서 대통령선거 출사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대단한 자신감이다.
사실 필자는 그동안 동갑내기 ‘개띠’인 김 전 지사를 줄곧 눈여겨 보아왔다.
그는 주민등록상 1959년 4월 10일 생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 출생일은 1959년이다.
당시는 유아 사망률이 높아 출생후 5~6개월이 지나 출생 신고를 하던 관습이 있었고, 또 출생 신고를 늦게 하면 과징금을 물었기 때문에 주민등록상 출생일이 실제와 다르게 등재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아무튼 ‘박근혜 대항마’라고 큰소리를 치려면, 적어도 인물이 김 전 지사쯤은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그를 지켜보았다.
현재 민주통합당 내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상임고문은 민주당 지지자들 입장에서 볼 때에 불안하기 짝이 없다.
4.11 총선에서 ‘낙동강 전투’를 운운하며 자신감을 표명했지만,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라는 거대한 장벽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학규 상임고문 쪽으로 시선을 돌려 보았지만, 영 신통치 않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도 좋고, 민주당 내에서 중도세력을 잡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카드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은 여전히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전 지사가 지사직 사퇴의 배수진까지 쳐가면서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선언했으니, 민주당 지지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사실 그는 경상남도 남해군 이어리 이장에서 군수를 거쳐 행자부 장관과 경남도지사까지 올랐으니, “대단한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당내 에서도 그를 지지하는 국회의원들의 숫자가 제법 된다.
원혜영, 김재윤, 안민석, 문병호, 민병두, 최재천, 강창일, 김영록, 배기운, 김승남, 홍의락 의원은 이미 김 전지사를 공개적으로 지지한바 있다.
그의 팬클럽 ‘피어라 들꽃’에는 신경림 시인을 비롯해 김병상 신부(몬시뇰), 구중서(전, 한국문학작가회의 이사장), 김정헌(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김희중(프로바둑기사 9단), 문병란(시인), 박남수(천도교 동학민족통일회 의장), 박재승(전, 대한변협 회장), 배종렬(전,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윤경빈(전, 광복회 회장), 윤덕홍(전, 교육부총리), 이구홍(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인병선(짚풀박물관대표, 신동엽시인 미망인), 정희성(전, 한국문학작가회의 의장), 청화스님 등 쟁쟁한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이는 당 밖 야권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안철수 교수가 주변에 사람들이 없어 불안하게 느끼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의 출사표를 보니 너무나 아쉽다.
김 전 지사는 출사표에서 “이번 대선은 ‘국민 아래 김두관’과 ‘국민 위의 박근혜’의 대결”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경청, 현장, 소통, 서민을 상징하는 김두관과 오만, 독선, 불통, 최상류층을 상징하는 박근혜, 둘 중에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물론 야권은 누가 대통령 후보가 되든지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과 본선에서 한판 승부를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박근혜의 맞수가 자신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상대를 의도적으로 깎아내려 했다는 점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김 전 지사가 그렇게 사실을 왜곡했다는 점에서 실망이 크다.
박근혜 전 위원장이 언제 단 한번이라도 국민 위에 군림하려 했던 적이 있었는가?
또 박 전 위원이 왜 오만, 독선, 불통, 최상류층을 상징하는 인물인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그는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에 맞서, 세종시 수정안을 막아내고, 오늘의 세종시를 탄생시킨 정치인 아니었던가.
또 그는 과거 한나라당 시절, 소속 의원들이 이른바 ‘MB 거수기’ 노릇을 할 때, 국민의 뜻을 받들어 제동을 걸고 나선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특히 재벌 등 최상류층의 독점구조를 혁파하고, 모두가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경제민주화를 추진하고 있지 않는가.
즉 김 전 지사의 박근혜 비난은 전혀 사실과 부합하지 않다는 말이다.
필자는 이번 대통령 선거가 ‘박근혜 대 김두관’ 대결이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싸움이 진실을 왜곡하고, 상대를 헐뜯는 진흙탕 싸움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를 보다 더 발전시킬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 정책으로 겨루는 선의의 경쟁이 이어 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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