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박지원 방패막이’ 되나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2-07-09 16: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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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조만간 검찰수사가 있을 것으로 알려진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국회 법사위로 배치됐다는 황당한 소식이 들린다.

    만에 하나 이게 사실이라면, 민주당은 “부패한 비리의원을 보호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국민의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국회법사위는 검찰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임위원회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최근 저축은행사건 연루 의혹을 함께 받고 있는 박지원 원내대표 소환을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실제 검찰은 박 원내대표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수천만 원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하는 등 그의 저축은행 관련 금품수수 의혹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박 원내대표가 “돈 받은 사실이 드러날 경우 할복하겠다”며 초강경 대응에 나섰지만 검찰이 미동조차 하지 않은 것은 그만큼 의혹 임증에 자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따라 10일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이 전 의원이 구속되고,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이번 주 중에 박 원내대표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박 원내대표는 “임 전 대표는 십몇년 전 비행기 안에서 한 번 만났고, 2008년 총선 후 목포 사람들 공식행사에서 두 번 만났으며, 보해저축은행 부도 후 증자를 독촉하느라 한 번 봤다”며 임 회장과의 몇 차례 만난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대가성 만남은 아니었다고 부인하고 있다.

    또 그는 오문철 대표의 경우 “2008년 총선 직후 식사 자리에서 만났고, 선거 때 많이 도와줬다고 해서 감사의 뜻을 전한 바 있다”며 “후원금 300만원을 냈지만 바로 돌려보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의 이 같은 발언은 대국민 설득력을 갖기 어렵게 됐다.

    앞서 박 원내대표가 지난 5월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을 겨냥해 ‘박태규 접촉설’을 제하면서 “박규태가 박근혜를 만난 사실만으로 의혹이 있다”는 취지의 공세를 퍼부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박태규 씨는 검찰 조사 당시 박 전 위원장과의 접촉설을 일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비해 박 원내대표가 임석회장이나 오문철 대표를 만난 것은 구체적일 뿐만 아니라, 본인 스스로도 그들과의 회동 사실을 시인하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도 박 원내대표는 지금 한 입으로 두말을 하고 있다.

    박근혜 전위원장을 공격할 때에는 만남 자체를 문제시했던 그가 자신을 방어할 때에는 만남 자체는 하등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원내대표로 있는 정당이 과연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는가.

    그를 보호하려는 이해찬 대표의 한심한 태도 역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른바 ‘이-박연대’라는 담합을 통해 자신이 당 대표로 선출된 만큼, 박지원 원내대표를 어떻게든 보호할 필요성을 느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이 공작 정치를 또 시작한 것 같다”면서 “검찰개혁을 위해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를 만들어 검찰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을 것”이라고 발언한 것은 너무 지나치다는 판단이다.

    물론 검찰이 개혁의 대상이라는 데에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박지원 원내대표의 경우 너무나 확연하게 의혹이 구체적으로 불거져 나온 마당 아닌가.

    따라서 그가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이해찬 대표가 전면에 서서 검찰을 향해 “당장 공작정치를 중단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며 박지원 방패막이를 자임하고 있으니, 어찌 한심하지 않겠는가.

    누가 보아도 이 대표의 이런 발언은 검찰수사 의지를 위축시키려는 시도로 오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부패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박 원내대표가 검찰 수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법사위로 배치 됐다면, 그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대표가 정말 ‘이-박연대’에 따른 보은(報恩)을 하고 싶다면, 차라리 다른 방법을 선택하라.

    만일 끝까지 민주당이 국민의 뜻에 반하는 ‘박지원 방패막이’를 자임하고 나선다면, 국민들이 그 방패를 박살내 버릴지도 모른다.

    민주당은 부디 새누리당이 과거 한나라당 시절, ‘MB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가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한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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