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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의 지지율이 급격하게 추락하더니, 급기야 야권 선두 자리마저 문재인 민주통합당 고문에게 빼앗기는 수모를 당하고 말았다.
여야 대선후보 선출을 앞두고 당내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국민들의 시선이 새누리당과 민주당으로 쏠리면서 안 원장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실제 15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에 따르면, 대선다자구도에서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닌 달 말과 비교할 때, 2.3%포인트 상승해 41.2%로 ‘부동의1위’ 자리를 지켰다.
반면 ‘부동의 2위’이자 야권 선두 자리를 지키던 안 원장의 지지율은 25.4%에서 20.0%로 5.4%포인트 하락해 3위로 밀려나고 말았다. 야권 선두자리도 문 고문에게 내주어야 했다.
문 고문의 지지율이 19.2%에서 24.0%로 4.8%포인트 상승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박 전 위원장과 민주당 문 고문이 모두 큰 폭으로 상승하는 동안 안 원장의 지지율만 크게 빠진 셈이다.
사실 안 원장의 추락은 이미 예견된 일로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필자 역시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안철수는 제 2의 고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안 교수와 고 전 총리는 지지율과 인기 원인, 개인성향 등에 있어서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이다.
실제 고건 전 총리는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때 지지율이 40%를 웃돌며 인기 절정에 도달했으나, 결국 출마조차 못한 채 중도에서 추락하고 말았다.
당시 그의 인기는 참여정부의 무능으로 인해 집권 세력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의 반감과 그렇다고 해서 제1 야당인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싶지도 않은 민심이 반영된 결과였다.
고 전 총리가 제시한 어떤 정책이나 비전 등을 보고 그를 지지한 것이 아니라, 다분히 ‘반(反)정부 비(非) 야당’ 정서에 따른 ‘반사이득’을 챙겼을 뿐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당시 고 전 총리의 지지율은 결집력이 약하고,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떠나버릴 수 있는 매우 취약한 구조를 안고 있었다.
이는 안철수 교수의 지지율이 ‘반MB 비민주’ 정서에서 비롯된 것과 너무나 닮았다.
실제 안 교수는 지금까지 자신의 정책이나 비전을 국민들 앞에 제시한 바 없다.
즉 안 교수 스스로 만들어낸 지지율이 아니라, 단지 MB에게 등을 돌린 민심, 그렇다고 자주 말을 바꾸는 민주당도 믿음직하지 못해 오갈 데 없는 민심이 일시적으로 안 교수를 지지하고 있을 뿐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그런 지지율은 조금만 상황이 변해도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실제 이른바 ‘안철수 신드롬’이 전국을 강타할 당시만 해도 안교수의 지지율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지율을 추월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져 나왔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지지율은 고건 전 총리가 끝내 불출마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와 엇비슷할 정도로 추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안 원장은 이를 두고 국민을 원망해서는 안 된다. 자업자득이기 때문이다.
정말 대통령이 될 뜻이 있었다면, 국가를 어떻게 경영해 나가겠다는 분명한 청사진을 국민 앞에 내놓고 그에 대해 검증을 받았어야 옳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안 원장은 출마선언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국민의 눈치나 보는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적어도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라면 단호한 ‘결단력’이 있어야 하는데, 출마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하는 그에게서 그런 모습은 발견하기 어렵다.
특히 자신의 정책에 대해 자신감이 있다면, 그 정책을 검증 받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출마시기를 늦추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안 원장은 지금, 국가를 이끌어 나갈 정책을 제시하기는커녕, 이 시간까지 출마여부조차 선택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 하고 있지 않는가.
만에 하나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우리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른바 ‘묻지 마 투표’로 이명박 대통령을 당선시킨 어리석음을 되풀이 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국민들은 여야 정치권에서 오랜 시간을 거쳐 혹독하게 검증 과정을 거친 정치인, 그래서 우리의 미래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정치인을 우리의 대통령으로 선택해 주길 바란다.
아울러 안 원장은 정치권에 직접 발을 들여 놓기보다는 정치권 밖에서 여야 각 정당이 잘못된 길을 갈 때 따끔하게 회초리를 드는 사회 지도자로 남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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