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 던진 ‘박근혜 부메랑’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2-07-16 14: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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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선수들이 경선룰에 개입을 해서 각자 자기에게 경선룰을 유리하게 해 달라, 이렇게 요구하고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누구의 말일까?


    처음에는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알고 보니 민주통합당 유력 경선 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의 발언이었다.


    문 고문은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등 이른바 ‘비문 3인방’이 전날 경선룰 개정을 요구한 데 대해 “지금 경선룰을 준비하는 기획단이 있고, 또 최고위원회 당무회의, 이런 의사결정 구조가 있기 때문에 이번 대선후보로 나서는 선수들은 거기에 맡기는 것이 옳다”며 이같이 쏘아붙였다.


    특히 그는 이날 아침에 대선 주자들이 다 함께 조찬하면서 경선룰 논의를 하기로 돼 있었는데 손학규, 정세균, 김두관 후보의 불참으로 무산된 것과 관련, ‘혹시 다시 만나자고 대화를 요청할 생각이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제가 경선룰 협상을 위해서 그분들을 만나자고 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 모습이 마치 새누리당 내 김문수 이재오 정몽준 등 ‘비박3인방’과 박근혜 전 위원장 간의 갈등을 보는 것 같다.


    실제 박 전 위원장은 비박 3인방이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요구하는 데 대해 지난 4월 23일 "경기 룰을 보고 선수가 거기에 맞춰 경기하는 것이지 매번 선수에게 룰을 맞춰서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또 경선룰 문제에 대해서는 “당 지도부가 알아서 결정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었다.


    문 고문이 “이번 대선후보로 나서는 선수들은 (당 공식기구)거기에 맡기는 것이 옳다”고 발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문 고문 측은 새누리당 경선룰 갈등 당시 박 전 위원장을 향해 ‘독재자의 딸’, ‘독단’ 이미지를 심화하기 위해 무차별 공세를 펼쳤었다.


    그러면, 지금 문 고문의 이런 자세, 즉 박 전 위원장과 똑 같은 발언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가?


    혹시 남의 하면 불륜이고 내가 로맨스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문 고문은 정치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


    남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자신에게는 느슨하게 적용하는 정치인이 과연 공정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겠는가?


    보다 더 큰 문제는 민주당의 주인인 권리당원들이 ‘비문3인방’이 제안한 결선투표를 적극 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시민일보>가 지난 15일 여론조사기관 <한국인텔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민주당 권리당원 3115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결선투표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60.8%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35.4%에 불과했고,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3.8%다.


    즉 당심은 결선투표를 요구하는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등 이른바 ‘비문(비문제인) 3인방’의 손을 들어 주고 있다는 말이다.


    이번 여론조사는 민주당 전국 권리당원들을 대상으로 자동여론조사시스템에 의한 전화조사(ARS)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신뢰주순에 오차범위는 ±1.7%다.


    따라서 문 고문의 입장이 상당히 난처하게 됐다.


    물론 문 고문의 주장, 즉 “선수들이 경선룰에 개입을 해서 각자 자기에게 경선룰을 유리하게 해 달라, 이렇게 요구하고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은 맞다.


    또 “이번 대선후보로 나서는 선수들은 (당 공식기구)거기에 맡기는 것이 옳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대체로 공감한다.


    그러나 박 전 위원장이 같은 취지의 말을 했을 때, 문 고문 측은 동의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빌미로 공격적인 발언을 했었고, 그 발언이 지금 문 고문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이제 와서 “경선룰 문제는 박근혜 전 위원장의 말이 옳았다”고 말 바꾸기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결선투표를 받아들이자니 이길 자신이 없고, 이래저래 문 고문의 시름이 깊어갈 뿐이다.


    무작정 ‘박근혜 때리기’에 나선 후유증 치고는 너무나 그 상처가 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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