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편집국장 고하승
작년까지만 해도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는 싱거운 선거가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박근혜 새누리당 경선후보에 필적할만한 적수가 여야 어느 정당에서도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 교수의 등장으로 상황은 급변했다.
물론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여전히 박근혜 후보가 ‘부동의 1위’자리를 지키고 있다.
실제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지난 16~17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대선후보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결과, 박근혜 후보가 무려 40.4%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반면 야권 주자 자리를 놓고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안철수 교수는 19.6%, 문재인 민주통합당 경선 후보는 19.4%로 모두 10%대에 불과했다.
두 사람의 지지율을 모두 합해도 박근혜 후보를 따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3,750명을 대상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1.6%p)를 실시한 결과 역시 비슷하다.
박근혜 후보는 37.8%인 반면, 안 교수는 18.8%, 문재인 후보는 17.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시 안 교수와 문 후보의 지지율을 합해도 박 후보에게는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박근혜 후보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것은 양자 대결 구도에서 박 후보와 안 교수가 오차범위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리서치뷰 조사에서는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교수가 1:1로 대결할 경우, 박근혜(48.7%) vs 안철수(46.5%)로 나타났고, 무응답은 4.8%였다. 지지율 격차가 고작 2.2%로 오차범위 내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47.7% vs 안철수 44.8%로 격차는 오차범위 내인 2.9%p에 불과하다.
따라서 박 후보의 승리를 장담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사실 안 교수의 승리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왜냐하면, 안 교수의 높은 지지율은 ‘실체’ 가 아니라 일종의 ‘신기루’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안 교수가 혜성처럼 등장한 시점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였다.
당시는 여야 어느 정당도 국민에게 신뢰를 안겨주지 못했었다. 친이계가 장악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이른바 ‘MB 거수기’ 노릇이나 하고 있었고, 민주당 역시 국민들에게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여 주지 못했다.
그래서 이들 정당에 실망한 국민들이 대안으로 제 3지대에 있는 안철수 교수를 찾았던 것이다. 그게 바로 ‘안철수 현상’이다.
따라서 여야 각 정당이 제 자리를 찾아가기만 한다면, 안철수 현상은 자동적으로 소멸될 수밖에 없다.
안철수 현상은 단순히 안 교수 개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정당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먼저 여당인 새누리당이 변하고 있다. 쇄신과 개혁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는 것이다. 지난 4.11 총선에서 당초 120석도 건지기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있었지만 150석의 과반의석을 점유하는 대승을 거두었다.
국민들이 새누리당의 변화의지를 인정해 준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최소한 여당 지지자들에게 있어서만큼은 이제 안철수 현상이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된 것이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은 여전히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박근혜 발목잡기’나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들 눈에 그런 모습이 곱게 보일 리 없다.
그래서 민주당 내 유력주자들의 지지율이 형편없이 낮게 나오는 반면, 안 교수가 야권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진즉 소멸됐어야 할 안철수 현상이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은 바로 민주당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안철수 현상’을 정당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인 새누리당은 발 빠르게 변화를 선택했다. 그 결과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여전히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독자적으로 후보를 내고 민주당 후보의 경쟁력을 키울 생각을 하지 않고, 안철수 교수에게 매달리는 무능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그런 한심한 모습을 보이는 한 ‘안철수 현상’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죽하면 “춤은 민주당이 추고, 돈은 안철수가 가져간다”는 비아냥거림이 나왔는지 민주당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