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으로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올림픽 전 종목 석권을 노리는 한국 양궁대표팀이 순조롭게 현지적응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장영술(52) 감독이 이끄는 양궁대표팀은 개막을 5일 앞둔 23일(한국시간) 런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 연습장에서 힘차게 활시위를 당겼다. 본격적인 금메달 담금질이다.
한국 양궁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 처음 출전해 서향순이 여자 개인전 금메달을 딴 것을 시작으로 세계 최강의 수식어를 얻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 금메달 16개, 은메달 9개, 동메달 5개 총 30개의 올림픽 메달을 수확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전 종목 석권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고(?)를 치겠다는 각오다.
장 감독은 훈련을 마치고 “처음 입국했을 때는 날씨가 너무 변덕스러웠는데 (오늘은)비가 안 오고 바람만 불어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경기장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목표 달성의 관건이다. 앞서 양궁대표팀은 선수들에게 모두 아이패드를 지급해 자신의 경기 동영상과 사진, 경기가 열리는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의 영상을 보게 해 적응을 도왔다. 이미지 트레이닝의 일환이었다.
장 감독은 “경기장을 수시로 봐 왔기 때문에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영상이 매치가 되고 자신의 루틴(일상 훈련 등)도 꾸준히 확인하고 익힐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프레올림픽에서 경험했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경기장 양쪽으로 5400석 규모의 관중석이 추가로 지어진 것. 관중들의 소음, 바람의 세기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화다.
이에 대해선 “관중석의 변화를 느껴야 하는 것이 프레올림픽과 달라진 것이다. 바람의 변화, 화살의 방향, 느낌 등을 느껴야 한다”며 “지금은 연습장에서 쏘고 있는데 실제 경기장에서 쏠 수 있는 기회는 25일에 30분만 주어진다. 그 때 적응을 마쳐야 한다. 실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부분이다. (양궁은)다른 선수를 의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이다”고 전했다.
양궁대표팀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서부터 야구장 훈련을 실시해 톡톡히 효과를 누렸다. 이번에는 야구장뿐 아니라 군부대에서도 했다. 많은 관중들의 소음에 적응하는 노하우를 익힌 것. 미국, 영국, 말레이시아 등도 이와 유사한 소음 적응훈련을 소화했다고 한다.
오후 훈련은 단체전에 포커스를 맞췄다.
여자부는 이성진(27·전북도청)-최현주(28·창원시청)-기보배(24·광주시청), 남자부는 임동현(26·청주시청)-김법민(21·배재대)-오진혁(31·충청남도) 순으로 쐈다.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했던 때와 큰 차이가 없는 순서다.
장 감독은 이번 런던올림픽이 5번째 올림픽이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코치를 지냈고 이후 2000년 시드니올림픽서부터 감독을 맡고 있다. 올림픽 베테랑이다.
장 감독은 “5번째 올림픽인데 경기 방식 변경으로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선수들이 극복해야 한다. 큰 무대인만큼 집중력과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처음으로 남녀 개인전이 2010년 4월에 도입된 세트제 방식으로 열린다.
세트제는 한 세트에 3발씩 쏴 승패를 가리는 방식으로 5세트까지 치를 수 있다. 세트를 이기면 2점, 비기면 1점, 지면 0점을 받고 세트포인트가 높은 쪽이 승리한다. 3세트까지 6-0으로 앞서면 남은 세트를 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대로 끝난다.
점수를 모두 더해 단순히 총점으로 겨루던 방식보다 극적인 역전과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1발의 중요성도 더해졌다.
양궁 최강 한국 출신의 우수한 지도자들이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경쟁국들의 기량이 일취월장한 점도 위험요소다. 장 감독은 “한국 지도자들이 많아지면서 세계적인 수준차가 좁아졌다”고 말했다. 양궁 출전국 40개국 가운데 무려 12개국 사령탑이 한국인이다.
마지막으로 고민은 없느냐는 질문에 “큰 고민은 없다. 메달을 많이 따 가야 하는 게 고민이 아니겠는가”라며 웃었다.
양궁 전 종목 석권의 첫 번째 주자는 남자 선수들이다. 남자 선수들은 29일 새벽 남자 단체전에서 금맥 캐기에 나선다. 결승전은 29일 오전 2시에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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