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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박근혜 새누리당 경선후보의 지지율이 ‘5.16 발언’ 이후 조금 하락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의 7월 셋째주 주간집계 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은 전주 대비 무려 3.4%p가 하락한 37.8%에 그쳤다.
4.11총선 이후 장장 14주 동안 굳건하게 지켜왔던 40% 대의 벽이 무너지고 만 것이다.
그러자 민주통합당 대선주자들이 마치 무슨 기회라도 잡은 듯, 일제히 몰려들어 박 후보를 향해 집단으로 ‘돌팔매질’을 해댔다.
실제 문재인 상임고문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헌정을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유린했던 5·16 군사쿠데타와 유신독재가 ‘역사의 차선’으로 둔갑돼 버렸다”고 지적했으며,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이런 역사인식을 가진 사람에게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을 맡기는 것이 맞는지 회의가 든다”고 쏘아붙였다.
손학규 후보 역시 박 후보의 발언을 거론하며 “그래서 정말 불쌍하다는 거다. 아직도 홀로 유신시대를 살고 있다”고 비아냥거렸다.
한마디로 뭇 남성 후보들이 한 여성후보를 향해 집단린치를 가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지나치면 오히려 화를 부른다.
실제 지난 지방선거 당시 발생한 천안함 사건의 사례를 보자.
당시 국민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그로 인해 여당 쪽으로의 급격한 표 쏠림 현상이 나타났었다. 그때 이명박 정부와 여당은 가만히만 있었어도 어느 정도 승리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압승의 기회로 삼겠다는 욕심에 정부와 여당은 ‘천안함 사건’을 지속적으로 이슈화하는 우를 범했고, 결국 국민들은 불필요한 이념대결을 조장하는 정부 여당에게 등을 돌리고 말았다.
이번 박근혜 후보의 5.16 발언 역시 마찬가지다.
우선 당장은 좋은 공격 포인트 같지만, 국민들은 이 같은 논쟁이 지속되는 것을 결코 바람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
더구나 박 후보의 발언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그리 틀린 말도 아니다.
그는 5.16에 대해 “불가피한 선택”인 동시에 “최선의 선택”이라고 했다.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은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고,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은 5.16 이후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성과를 의미하는 것이다.
즉 박 후보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표현으로 5.16이 사실상 쿠데타라고 하는 점에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적 인식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다만 ‘쿠데타’라는 용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것은 그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기 때문이다.
결국 박 후보의 죄라면, 자식이 아비를 욕보이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일 것이다.
만일 이 문제를 지적한다면, 즉 박 후보에게 ‘후레자식’이 되기를 강요하는 것이라면, 그가 누구든 대한민국의 정치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박 후보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국민에게 예의를 지키는 동시에 아버지에 대한 예의도 함께 지킨 것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부모와 자식이라면 그 누구도 이를 나무랄 수는 없는 것이다.
또 박 후보가 ‘최선의 선택’이라고 한 것은 박정희 집권기간에 이룬 성과를 두고 하는 것이다.
물론 박정희 집권 기간에 민주화 운동을 탄압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그 기간에 대한민국이 놀라운 속도로 성장했다는 부분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지 않는가.
그래서 박 후보는 ‘최선의 선택’이라면서도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리고 역사의 판단에 맡기자고 한 것이다.
그 발언에 필자 역시 전적으로 공감한다.
지금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념문제나 과거 역사 문제가 아니라, 당장 살아가는데 필요한 민생문제다.
청년 실업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을 위한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살 길이 점차 어려워지는 가운데 어떻게 그들에게 희망을 불어 넣어 줄 것인지, 복지사각지대에서 허덕이는 차상위 계층에게 어떻게 살 길을 마련해 줄수 있는지 등등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다.
매일같이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해도 모자랄 판에 과거 논쟁을 벌이면서 ‘발목잡기’나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어느 정당의 누구는 대통령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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