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승리 요건...그러나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2-07-29 12: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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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야권의 유력 대권잠룡인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지지율이 저서 출간과 TV 예능프로그램 출연 등을 계기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대선을 약 5개월가량 앞두고 불고 있는 `안풍'(안철수 바람)이 계속 될 경우, ‘박근혜 대세론’도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안풍’이 ‘박근혜 대세론’을 위협할 만큼 강력한 태풍이 되려면, 몇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하는데, 그게 그리 간단치 않다.


    따라서 안풍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버릴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물론 현재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안 교수가 상승세를 타고 있음은 분명하다.


    모노리서치가 지난 26일 전국 19세 이상 남.여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53%p) 결과를 살펴보자.


    대선주자 다자대결 지지도 정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수위는 여전히 박근혜 전 위원장으로, 42.2%를 얻어 직전 조사 대비 2.1% 상승했으나, 안철수 교수는 26.8%의 응답률로 7월 15일 같은 조사 대비 무려 9.4% 포인트나 지지율이 상승했다.


    반면 문재인고문은 11.7%로 직전 조사 대비 4.9% 포인트 하락했다.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3.8%로 0.5% 포인트 오른 반면,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는 3.3%로 0.9% 포인트 하락했다.


    또 안철수 교수와 야권에서 선출된 대선후보가 최종 경선을 통해 후보 단일화를 한다면 어떤 인물이 ‘적합’ 한지를 묻는 조사를 진행한 결과 안철수 원장이 28.4%, 문재인 상임고문이 26.1%의 응답이 나왔다.


    이어 11.5%의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9.4%의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1.0%의 유시민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등의 순이었다.


    안 교수의 지지율이 민주당 선두주자인 문 고문보다도 앞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안 교수가 야권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승리할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왜냐하면 현재 안 교수가 ‘저서 출간’과 ‘TV 예능프로그램’이라는 홍보 전략의 성공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민주당 경선은 ‘마이너 리그’로 전락해 버린 것처럼 초라하기 그지없는 상황에서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안 교수와 문 고문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내인 2.3%p에 불과하다.


    만일 문 고문, 혹은 다른 민주당 주자가 결선투표에서 승리할 경우에 이런 정도의 격차는 단숨에 뒤집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민주당 경선 과정에 참여해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지지인물을 바꿀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따라서 안 교수가 진짜 야권단일후보가 될 생각이 있었다면, 민주당 경선에 뛰어 들었어야 했다. 하지만 이미 민주당 경선은 시작되었고, 안 교수에게는 그런 기회가 사라져 버렸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처럼 무소속 후보에게 대통령 후보 자리를 내 줄 수 없는 상황이다.


    정당의 존재의미가 정권창출에 있는데, 그를 포기한다는 것은 민주당 존립자체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결코 패배할 수 없는 방식의 경선룰을 제안 할 것이고, 이를 안 교수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민주당은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독자후보를 내고 5년 후를 기약하는 방안을 강구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당은 사실상 해체 수준의 와해 현상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호남 유권자 등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들이 그런 상황을 그대로 지켜보고만 있을까?


    어림도 없다. 따라서 안교수가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최소한 자신에게 불리하지 않은 경선룰을 만들고 싶다면, 민주당 입당을 약속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럴 경우 안 교수의 지지자들 가운데, 여권 성향은 물론이고, 중도성향 지지자들의 대거 이탈이 불가피하다.


    한마디로 현재의 지지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불가능해 진다는 뜻이다.


    결국 안 교수가 승리하려면, 무소속으로 민주당 결선투표 승자와의 후보단일화에서 승리하고, 민주당을 해체 수준에 이를 만큼 와해시킬 수밖에 없는데,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 아니겠는가.


    어쩌면 민주당 전통 지지자들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호남 자민련’ 세력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결국 안 교수의 현재 지지율은 단지 이뤄지지 않은 일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가 반영된 것일 뿐, 실제 지지율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셈이다.


    그래서 언론은 ‘안철수 대세론’이라고 하지 않고,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라는 뜻으로 ‘안풍’이라고 부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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