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맷집 얼마나 될까?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2-07-31 16: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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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이제 겨우 한방을 먹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 한방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휘청’ 거리게 만들고 있다.

    안 원장이 9년 전 분식회계 등 혐의로 구속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구명운동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이율배반적인 태도에 비판 여론이 쏟아지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안 원장이 부랴부랴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긴급진화에 나섰지만, 최근 책 발간과 예능프로그램 출연으로 지지율 상승효과를 누리던 그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더구나 그의 해명에 대해서는 진정성마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그는 “10년 전 탄원서 서명에 대해 당시에도 부담을 느꼈고, 내내 그 일이 적절한 것이었는지 생각해 왔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가 최근 발간한 <안철수 생각>에는 이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 정말 ‘10년 내내 적절한지 생각해 왔다’면, 당연히 이 문제를 언급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는 "기업주가 전횡을 일삼거나 주주일가의 사적 이익을 추구한다면 그건 범죄가 된다"며 “이런 행위가 법률과 제도적으로는 처벌 대상이 되는데 지금까지 행정·사법부가 입법 취지대로 집행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엄중한 처벌을 강조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따라서 안 원장의 해명은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또 안 원장은 ‘인정에 치우쳐서’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결코 인정에 치우쳐서는 안 되는 자리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이 정실인사로 인해 얼마나 많은 비난을 받아 왔는가.

    정실인사, 즉 인정에 치우친 측근 인사는 필연적으로 측근의 부패와 비리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실제 이 대통령의 측근들 가운데 상당수가 지금 교도소에서 재판을 기다리는 딱한 처지에 놓여 있다. 이처럼 인정에 치우쳐 공정하고도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자가 대통령이 된다면,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아주 심각해 질 것이다.

    따라서 안 원장이 단 한방으로 ‘휘청’거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문제는 아직 안 원장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벌써 대통령 후보로서의 결정적인 결함을 드러내고 있으니, 과연 그가 대선출마를 공식선언하고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된다면 얼마나 견뎌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일 지난 17대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가 ‘전과 14범’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대통령에 당선됐던 것처럼, 자신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국민들이 결코 ‘제 2의 이명박’을 만들어 내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웅렬 코오롱 회장 등 재벌 2,3세들과 어울리며 유유자적하던 그에게는 넘기 어려운 태산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안 원장은 책에서 “검증이 두렵거나 무서운 건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아마도 사건이 불거져 나올 때마다 지금처럼, 적당히 변명하면 넘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대선 국면에서의 검증은 혹독하다 못해 살벌한 수준이다.

    현재 안 원장이 높은 지지를 받는 이유가 무엇인가.

    특별한 게 아니다. 단지 기존 정치인들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검증으로 그가 결코 도덕적으로 기존의 정치인들보다 우월하지 않다는 것이 입증된 것 아니겠는가. 어떤 면에서는 안 원장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던 만큼 그에 따른 국민의 배신감은 더욱 클지도 모른다.

    안 원장이 맷집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겠지만, 과연 이런 매를 얼마나 더 견뎌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장담하거니와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무수히 많이 나올 것이다.

    그때마다 궁색한 변명을 할 것인가?

    아니면, 이쯤에서 깨끗하게 불출마를 선언하겠는가?

    그 선택은 안 원장에게 달렸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정치권 밖에서도 얼마든지 뜻있는 일들을 할 수가 있다는 사실이다.

    만일 안 원장이 ‘제 2의 이명박’이 아니라, ‘한국의 빌게이츠’를 꿈꾼다면 국민들은 지금보다 더욱 더 그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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