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행동 따로 생각 따로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2-08-02 15: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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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그동안 해오던 일과 그가 최근 출간한 <안철수 생각>은 일치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안철수 교수는 ‘행동 따로 생각 따로’라는 비아냥거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실제 안 교수는 지난 2001년 재벌 2, 3세와 벤처 기업인들의 모임인 브이소사이어티 회원들과 함께 인터넷 전용은행을 설립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안 교수는 당시 브이소사이어티 회원들인 SK와 롯데, 코오롱, 신세계 등 대기업과 벤처기업 20여 곳과 함께 자본금 1000억원 규모의 인터넷 전용은행 '브이뱅크'를 설립하기로 하고 '브이뱅크 컨설팅'이라는 회사 설립에 참여했다. 안 교수는 당시 안철수연구소의 자회사인 '자무스'를 통해 증자 과정에서 3000만원 정도를 투자했다.

    그러나 당시 '브이뱅크'는 SK나 롯데 등 대기업의 은행업 진출 발판을 마련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자금 확보와 금융실명제법 문제 등에 부딪혀 설립이 무산되고 말았다.

    문제는 이 같은 안 교수의 행위가 자신의 저서인 <안철수 생각>을 통해 밝힌 '금산(金産)분리 강화' 입장과 배치된다는 점이다.

    실제 안 교수는 대담집에서 “금산분리 정책은 반드시 강화해야 한다. 기업의 선의를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고 했다. 기업의 금융산업 장악에 따른 해악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

    뿐만 아니라 그는 평소에도 ‘삼성 동물원’ ‘LG 동물원’ 같은 표현으로 재벌들의 독식 행태를 비판해왔다. 그런 그가 이웅렬 코오롱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재벌들과 함께 자본금 1000억원 규모의 인터넷 전용은행 ‘브이뱅크’를 설립하려 했다니 ‘말 따로, 행동 따로’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그런데도 안 교수와 가까운 금태섭 변호사가 2일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 "인터넷 보안을 담당하는 자회사가 업무상 관련성 때문에 3000만원이 들어간 것"이라며 "설립에는 전혀 관여를 안 한 상황"이라고 발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모습이 처량하기 그지없다.

    사실 안 교수의 이 같은 ‘친 재벌 족적’이 이번이 처음이라면,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을 것이라고 이해하고 넘어 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지난 2003년 1조5000억원의 분식회계혐의로 구속된 SK의 최 회장에 대해 선처해주도록 당국에 호소하는 탄원서를 올리는데 동참하기도 했다.

    특히 안 교수가 최 회장의 구명운동에 동참한 것은 안 원장이 설립한 인터넷 무선보안관련사인 ‘아이에이 시큐리티’사에 최 회장이 30%의 지분을 출자했기 때문이라는 의혹까지 불거져 나온 마당이다.

    즉 <안철수 생각>은 재벌에 대해 증오심으로 가득 차 있는 반면, 실제 안 교수 자신은 뒤에서 재벌과 손잡고 이익사업을 추구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그러다보니 ‘안 교수의 생각과 <안철수 생각>은 다르다’거나 ‘<안철수 생각>은 안 교수 생각이 아니라, 대필자의 생각’이라는 우스개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런 사람, 즉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 행동과 생각이 따로따로인 사람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어쩌면 지금 드러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은 이를 “먼지”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보다 더 큰 사건들이 잇따라 터져 나올 것이란 뜻이다.

    그래서 안 교수가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출마선언을 하지 않은 것은 이런 검증을 피해가기 위한 꼼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만일 그가 공식적으로 출마선언을 했다면, 이미 그에 대한 검증이 본격화 됐을 것이고,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을 것 아니겠는가.

    오죽하면 나중에 안 교수와 후보단일화를 모색하고 민주통합당 의원들도 그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날리고 있겠는가.

    실제 민주통합당 김진표 의원은 안 교수를 향해 "수수께끼ㆍ암호던지기식 행보"라며 "이런 행보가 계속되면 정치 지도자로서의 책임감에 대한 의구심을 키울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제 안 교수는 더 이상 검증을 회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려서는 안 된다.

    정말 출마할 의지가 있다면, 국민을 조롱하지 말고 즉각 출마의사를 밝혀 스스로 ‘검증대’ 위에 올라서야 한다는 말이다.

    그럴 용기가 없다면 이쯤에서 깨끗하게 ‘출마포기’를 선언하는 게, 그동안 자신을 지지해준 국민에 대한 도리이자 예의 아니겠는가.

    단언컨대, 유권자들은 ‘행동 따로 생각 따로’인 사람을 우리나라 대통령으로 선출할 만큼,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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