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블랜드(미 오하이오주)=AP/뉴시스】존 와이즈(66)는 중환자실 치료기구 안에 누워있는 아내 바바라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내는 뇌일혈로 쓰러진 뒤 말 한마디 못하고 누워 있었지만 남편이 올 때면 눈을 깜박이며 알아보는 것 같았다고 그는 친한 친구에게 말했다.
45년이나 결혼 생활을 해온 이 부부는 나중에 병상에 누운 채 기동을 못하거나 장애가 된 상태로 생명을 이어가지는 말자고 평소에 늘 약속했었다고 이 남편은 친구에게 말했다.
그래서 아내가 쓰러져 입원한 지 1주일이 되던 지난 4일, 이 남편은 아내의 머리에 권총을 쏘았고 아내는 다음날 숨을 거두었다. 검사는 존 와이즈를 가중처벌 대상의 악질적 살인 혐의로 구속했고, 피의자는 안락사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총격 사건은 사법 당국에 큰 고민거리로 등장했다. 앞으로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화함에 따라 사랑하는 가족의 고통을 끝내주기 위해 살해하는 사건이 점점 더 많이 등장할 텐데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가.
지금까지 흔한 판례로는 병 중의 아내를 살해한 남편은 재판 과정에서 유죄 인증과 협상을 통해 형이 확정돼 불과 몇년밖에는 실형을 살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심지어 기소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아직까지 법조항이나 판례들이 이런 종류의 범죄 중 모든 경우를 일일이 지적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올 3월에는 98세의 장애인 노모를 목졸라 숨지게 하고 자신은 두 손목을 흉기로 그은 뉴욕의 한 남자가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암에 걸렸다는 선고를 받았으며 이제 곧 죽으면 모친을 돌봐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범행을 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불치병을 앓고 있는 아내를 올해 총살한 워싱턴주의 한 남편도 아내가 제발 죽여달라고 애원했다고 진술했으며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는데도 보석으로 풀려났다.
사우스 플로리다 대학의 폭력 상해 예방 연구소장 도나 코헨 박사는 '간병 가족들의 살인'이란 저서를 통해 이런 종류의 살인은 대부분 피의자가 죽어가는 배우자나 가족을 돌보는 스트레스와 자신의 건강 문제 등이 겹쳐 우울증을 나타내고 있는 등 더 심각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죽어가거나 장애인이 된 배우자의 고통을 보고 있다가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방아쇠에 손을 대는 남편의 경우는 삶이 벽에 부닥쳤을 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가족들이 대부분 선택하는 방식이라고 그녀는 우려했다.
특히 고령화 사회로 기대수명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2000년대 이후로 55세 이하의 가족 살인 건수는 그대로인데 반해 55세 이상의 경우는 점점 늘어가고 있다는 것. 고령자에 대한 정신과 상담치료 서비스가 태부족인 상황에서 앞으로 이런 일은 더 빈발할 것이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그는 밝혔다.
특히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게 낫다"는 관념을 피해자나 가해자가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게 되는 사회 현상은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다.
와이즈의 변호사는 그가 착하고 헌신적인 남편으로 평생을 살아왔으며 그 자신도 방광암에 걸린 적도 있고 당뇨로 손발의 감각이 마비될 정도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가장 자살 위험도가 높은 위험군이 백인 남자 노인이라는 통계도 있으며 아내에게 의존도가 높을 수록 살해하거나 자살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가 대책 마련에 나서서 죽어가는 이들을 위한 호스피스 제도의 활성화나 사회복지사들의 도움을 과감하게 늘리지 않는다면 '착한 남편의 착한 살인' 같은 신종 가족 살해 사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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