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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민주통합당의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본선 레이스가 중반전에 접어들었으나 국민의 관심은 싸늘하다.
지난달 말 예비경선을 통과한 5명의 후보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모바일선거인단 모집이 당초 예상치의 절반 수준도 안될 만큼 매우 저조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내 경선 주자 가운데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은 지금 정체 상태다. 당밖 야권 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교수 지지율의 반토막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당내에서는 비교적 탄탄한 지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는 오히려 더욱 벌어지고 있다.
더구나 그는 당내에서 중간지대에 남아 있던 고 김근태 상임고문 측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지지도 끝내 얻어내지 못했다.
그 틈새를 노리고 손학규 고문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손 고문은 직간접적으로 민평련의 지지를 받기도 한다. 그에게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주홍글씨도 어느 정도는 벗어 던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그의 지지율은 여전히 문재인 후보 지지율의 절반을 겨우 넘어설 만큼 초라하기 그지없다.
한때 ‘문재인의 대체재’로 주목받던 김두관 후보는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입지전적인 성공이력에도 불구, 수도권에서의 인지도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이 안철수 교수와 후보단일화를 기정사실화함에 따라 사실상 ‘2부 리그’에 불과한 민주당 경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멀어진 것도 그의 지지율을 끌어 올리는 데에는 장애가 되고 있다.
정세균 후보는 당 대표를 두 차례 지내는 등 당내 기반이 탄탄하지만 대중적 지지도가 여전히 취약하고, 뒤늦게 경선에 뛰어든 전남지사인 박준영 후보는 호남을 제외한 전국적인 지명도가 매우 낮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경선은 자연히 맥 빠진 경선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민주당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 온 모바일 선거인단 규모도 당초 예상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100만명은 조금 넘어설 것 같지만 당초 예상인 최소 300만명에서 최대 500만명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여당 지지자가 선거인단에 참여, 약체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역선택 투표’와 ‘민심왜곡 투표’의 문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역선택은 현재 지지율 1위인 문재인 후보가 50%를 넘기지 못했을 경우 실시되는 결선투표에서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재 시스템으론 선거인단에 몇명의 여당 지지자가 참여했는지조차 알 수 없다.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의 의사가 과잉 대표될 것이란 점도 걱정거리다.
즉 투표율이 낮은 젊은 층이 선거인단에 대거 참여하면서 여론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지난 전당대회 당시 이해찬 대표가 김한길 최고위원을 앞설 수 있었던 것 역시 모바일 투표 때문이었다.
그래서 당시 ‘민심과 당심이 아닌 모발심’이라는 소리가 나온 바 았다.
심지어 부모님을 대신해 자녀들이 투표를 대신해 주는 대리투표 논란도 적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국민의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맥 빠진 민주당 경선이 온갖 문제만 야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후보들의 전국 순회 경선이 시작되는 오는 25일부터 본격적인 세몰이가 가능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이 ‘불쏘시개’로 사용기 위해 키워온 안철수 교수의 행보가 ‘쓰나미’처럼 민주당 경선을 뒤집어 엎어버렸기 때문이다.
사실상 안 교수가 민주당 경선 흥행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안 교수를 공격할 수도 없는 민주당의 입장이 딱하기 그지없다.
어쩌면 ‘안철수’라는 불쏘시개가 민주당을 태워 잿더미로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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