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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아주 흥미로운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만일 안철수 원장이 민주통합당 경선 승리후보와 야권단일화를 이루지 않고, 무소속으로 독자 출마한다면 어떻게 될까?
2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의 8월 셋째주 주간집계에 따르면, 새누리당 박근혜, 무소속 안철수,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모두 출마하는 3자구도의 경우 박 후보가 43.8%, 무소속 안철수 원장이 31.5%,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18.4%를 기록했다.
이번 주간조사는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1.8%p였다.
박 후보가 안 원장과 문 후보를 모두 큰 격차로 따돌린 것이다.
그렇다면 대선 다자구도, 즉 여야 경선후보를 비롯해 현재 언론에서 출마가능성이 거론되는 모든 사람들이 출마하는 경우는 어떨까?
박근혜 후보가 35.9%로 1위를 지켰고, 2위는 안 원장으로 31.0%를 기록했다.
3위는 문재인 후보로 11.3%, 이어 손학규 후보가 3.6%, 다음으로 김두관 후보가 2.8%, 이회창 전 대표 2.7%, 김문수 후보 2.6%, 박준영 후보 1.7%, 안상수 후보 1.3%, 김태호 후보와 정세균 후보가 각각 1.2%, 임태희 후보가 1.0%로 나타났다.
박근혜 후보는 대선 다자구도에서 35.9%의 지지를 받았지만 3자구도로 압축될 경우 43.8%로 7.9%p가 상승했다.
이는 새누리당 다른 경선 후보인 김문수, 안상수, 김태호, 임태희 후보의 전체 지지율 합계(6.1%p)에 당밖 보수인사인 이회창(2.7%) 지지율을 합친(8.8%p) 것과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은 물론 이회창 등 다른 보수인사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본선에서 거의 100% 박 후보를 지지하게 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새누리당 지지층 가운데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보수성향의 유권자 결집을 위해 보수대연합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오히려 중도 층으로의 외연확대가 절실한 마당이다.
다자구도에서 31.0%를 기록한 안철수 원장의 경우, 3자 구도로 압축해도 그의 지지율은 31.5%로 큰 변동이 없었다. 그 차이는 불과 0.5%p다.
즉 새누리당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은 물론,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안철수 원장 쪽으로 지지를 선회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민주당의 경우는 어떤가.
문재인 후보의 경우 다자구도에서는 11.3%로 매우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3자 구도로 압축할 경우에는 18.4%로 무려 7.1%p나 상승했다.
민주당 다른 경선 후보들의 지지율을 대부분을 흡수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양자대결의 경우는 어떤가.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원장이 양자대결을 할 경우, 박 후보는 44.5%, 안 원장은 48.8%의 지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3자 구도에서 양자구도로 전환할 경우, 박 후보는 43.8%에서 44.5%로 불과 0.7%p만 올랐을 뿐이다.
반면 안 원장은 31.5%에서 48.8%p로 무려 17.3%p나 급상승했다.
즉 안 원장이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18.4%)을 대부분 흡수했다는 뜻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박 후보가 지나치게 보수성향의 지지자들에 의존하는 것처럼 비쳐지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에 덧셈도 필요하고, 곱셈도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당내 인사들은 ‘보수대연합’ 차원이 아니라 ‘탕평책’ 차원에서 포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과 같은 ‘마이너스 정치인’들은 덧셈을 하거나 곱셈을 할 경우 오히려 더 큰 손해를 입고 말 것이다.
더구나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근혜 후보에게 ‘보수대연합’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지 않는가.
거듭 말하지만 지금 박근혜 캠프에 필요한 것은 국민의 50%를 끌어안는 ‘보수대연합’이 아니라, 마지막 1%까지 모두 포용하는 ‘국민대연합’이다.
그런 면에서 차라리 상도동계보다는 동교동계를 끌어안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도 박근혜 후보를 향해 “동서 화합의 적임자”라고 지칭한 바 있다. 만일 그 분이 생존해 계시다면, 국민화합을 위해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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