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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통합진보당 신당권파 노회찬 의원이 3일 대선 출마설이 흘러나오는 이정희 전 공동대표를 향해 "정치에도 염치가 있어야 한다"고 맹비난했다.
노 의원은 이날 오전 당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이번 대선에서 통진당이 져야 할 책임과 역할은 막중하지만, 그것이 통진당의 이름으로 후보를 내는 일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러나 노 의원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정희 전 공동대표는 대선 출마를 고민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말았다.
실제 이 전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출마 의지를 내비쳤다.
대체 그가 대선출마 가능성을 강력시사하고 나선 이유가 무엇일까?
설마 벌써 ‘침묵의 형벌’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그는 지난 5월 중앙위원회 폭력사태 직전 당 공동대표에서 사퇴하고, 이후 ‘침묵의 형벌을 받겠다’며 잠행을 시작한 바 있다. 그런데 불과 4개월만에 정치복귀를 선언하면서 대선출마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나섰으니, 고개를 갸웃 거리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그의 복귀 일성은 ‘단결’이었다.
그는 “진실을 바로 보고 단결의 뜻을 모은다면 통합진보당은 어떤 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통합진보당의 ‘분당’은 불가피한 상황 아닌가.
신당권파가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고 았는데 구 당권파인 이정희 대표는 “이미 당의 공식절차를 거쳐 결정 난 문제”라며 “비례대표 경선 사태의 진실도 밝혀졌다”고 일축해버렸다.
한마디로 ‘단결’을 하자면서 ‘분당’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 대표의 의중은 아마도 다른 데 있을 것이다. 사실상 분당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이정희 전 대표의 기자회견으로 인해 통합진보당이 사실상 분당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는 마당이다.
즉 이 전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은 분당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치밀한 계획이라는 것.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통합진보당의 양 파벌이 민주통합당에 대해 ‘야권연대의 대상은 이쪽’이라고 구애의 신호를 보내고 있으며, 이 전 대표의 대선출마 시사는 그 일환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통합진보당 분당 이후 이정희 계파의 손을 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날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상호)는 지난 4·11총선 당시 서울 관악을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한 혐의(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로 통합진보당 대외협력위원장 이모(53)씨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
이씨 등은 이정희 전 공동대표의 당선을 위해 지난 3월17일~18일 야권후보단일화 경선관리위원회가 실시한 서울 관악을 선거구지역 자동응답전화(ARS) 여론조사과정에서 허위응답을 유도하는 문자를 대량 전송하는 등 부정한 방법을 동원해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대선출마를 고려하고 있다니, 참으로 염치가 없어도 너무 없다는 생각이다.
사실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른 데에는 야권연대의 한축인 민주당의 책임도 크다.
당시 이 전 대표 측의 부정선거 의혹이 드러났음에도 민주당은 관악을 지역구에 통합민주당의 구당권파에게 야권 단일후보 자리를 양보하고 말았다.
즉 이정희 전 공동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통합진보당의 눈치를 보면서 ‘야권연대’에 대한 미련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이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진 데에는 이런 이유도 한 몫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등 민주당 후보들을 밀쳐내고, 당 밖에 있는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야권의 유력 주자로 주목받는 이유 역시 민주당과 통진당 등 기존 야당에 대한 불신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정희 공동대표 뿐만 아니라 민주당도 “정치에도 염치가 있어냐 한다”는 노회찬 의원의 지적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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