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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대부분의 사람들은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민주통합당 경선 승리 후보가 야권 후보단일화를 이룬다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야권 단일화가 이루어질까?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안 원장은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출마한다면 ‘제 3후보’로 나서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민주통합당 후보와 야권 단일화를 이루더라도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지는 않을 것이란 뜻이다. 물론 민주당 입당을 전제로 하는 야권 단일화에 대해서도 응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실제 문국현 씨 등 비교적 안 원장과 지근거리에 있는 인사들은 대부분 안 원장에게 ‘제 3후보’를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원장 역시 새누리당과 민주당 등 기존 정당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4일 "(안 원장과의) 단일화 문제에 대해서는 당 (대선) 후보가 확정되고 나면 후보와 논의를 해서 추진할 문제"라며 "민주당에 입당하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않는 단일화 협상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윤 총장은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무소속 박원순 후보 간 단일화와 관련, "역사는 항상 그대로 반복되지 않는다"고 언급, 기존의 방식과 다를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즉 안 원장이 무소속 후보로 출마하고, 민주당이 그를 지지하는 형식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란 뜻이다.
문제는 윤 총장의 이 같은 발언이 단순한 엄포가 아니라는 데 있다.
사실 민주당으로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만일 안 원장이 제3세력으로 독자 출마를 결정할 경우 민주당은 ‘불임정당’으로 낙인찍히고 만다. 이는 결국 민주당의 분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당내에서는 경선 주자 간 갈등과 지도부에 대한 성토가 심화되고 있는가하면, 일부 초선의원들 사이에서는 안철수 원장 쪽으로 이탈하려는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민주당 의원 40여명으로 구성된 초계파모임인 ‘민주동행’은 전날 저녁 민주당 후보와 안 원장과의 후보 단일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을 비롯해 고 김근태 고문 계열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출신 의원들의 이탈 가능성까지 점치는 분위기다.
결국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못하는 것은 곧 민주당의 파멸을 예고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특히 이해찬 당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운명이 걸린 문제다.
안철수 원장이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될 경우, 야권은 급속히 안 원장을 중심으로 개편될 것이고, 결국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친노 세력과 박지원 원내대표 중심의 호남 세력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우선 당장 무소속 안 원장에게 야권 후보 자리를 내어 줄 경우,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는 당 안팎으로부터 ‘인책론’에 시달릴 것이고, 결국 그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는 안 원장을 민주당 후보로 만들거나, 아니면 차라리 야권 후보단일화를 포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어쩌면 안 원장도 이런 상황을 간파하고 있는지 모른다.
실제 그는 최근 충남 홍성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통령이 목표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유상 홍성여성농업인센터 대표에 따르면 안 원장은 “아직 나이도 있으니까, 이번이든 다음이든 기회가 닿을 수도 있으며 여하튼 최종 목표는 (대통령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 번도 스스로 대선에 나가겠다고 말한 적이 없으며 (대선에 출마하라고) 호출을 당한 케이스”라고 덧붙였다.
이는 혹시 민주당에게 ‘출마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함세웅 신부 등 범야권 원로인사들이 참여한 '희망2013·승리 2012' 원탁회의가 최근 안 원장에게 “돌아설 수 있는 시점이 지났다”며 사실상 안 원장의 출마를 종용한 것도 ‘안철수 불출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때문일 것이다.
어쨌거나 민주당 경선 승리가 유력한 문재인 후보와 안 원장은 모두 후보단일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정치상황에 비추어 볼 때, 그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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