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불출마 종용’ 진실은?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2-09-11 16: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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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최근에 안철수 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의 ‘불출마 종용’ 폭로기자회견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치학부 교수는 11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만약 새누리당이나 정준길 전 새누리당 공보위원이 정말로 불출마 협박을 하려고 했다면 이런 방식으로 했겠느냐”며 ‘협박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인 반면, 김종배 평론가는 “협박이냐 아니냐는 그 발언한 사람의 의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걸 느꼈느냐 안 느꼈느냐가 중요한 문제”라며 ‘당사자가 협박이라고 느꼈으면 협박’이라고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국민들 사이에서도 ‘친구끼리 오갈 수 있는 말’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한 쪽이 친구라고 하지만 한 쪽이 아니라면 친구가 아닌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따라서 이를 둘러싼 논쟁은 사실 의미가 없다.


    둘 사이가 그런 말을 주고 받을만한 친구인지 아닌지는 오직 당사자들만 알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왜 이런 중요한 기자회견을 안철수 원장이나, 안 원장의 공식 창구인 유민영 대변인이 아니라, 금태섭 변호사가 했느냐 하는 점이다.


    아무리 금 변호사가 정준길 전 공보위원과 통화한 당사자라고 하지만, 이런 경우 보통은 공식창구인 대변인이 나서고, 동행한 당사자는 부연 설명하는 시간을 가질 뿐이다.


    더구나 기자회견장에 동행한 인사는 안 원장이나 유대변인이 아니라, 민주통합당 송호창 의원이라는 점도 의문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먼저 이 문제를 곰곰이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사건을 이렇게 키운 사람이 누구인가. 금 변호사다.


    엄청난 문제를 제기했지만, 명백한 근거는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다. 단지 두 사람 사이에 전화 통화했다는 사실이 전부다. 통화내용에 대한 녹취록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금 변호사가 정말 ‘협박’으로 느꼈다면, 당시에는 녹취를 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다시 전화를 걸어 물어보면서 녹취를 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듣고 ‘이건 협박이다’하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도 있었을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것도 전화통화한지 이틀이나 지난 후에 기자회견까지 열면서 이를 ‘불출마 협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뭔가 어색하지 않은가?


    결국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금 변호사 혼자 듣고, 혼자 기자회견을 결정하고, 그래서 안 원장을 비롯해 정치권이 그의 장단에 놀아나는 셈인데, 과연 이게 정상적인가?


    혹시 어떤 다른 흑막이 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 안 원장은 대선출마 보다는 오히려 불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아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 그는 최근 "목표가 대통령이 아니며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떤 식으로든 일조하고 싶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원장이 불출마 쪽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관측을 하기에 충분한 발언이다.


    진보진영은 이런 분위기를 일찌감치 감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최근 안 원장에게 서신을 보낸 도올 김용옥 교수(한신대 초빙교수)이 "이미 안 원장이 차지하고 있는 역사의 하중은, 그가 빠져나올 경우 그 공백을 아무도 메울 수 없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국민은 상처를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안 나올 수 없다, 후퇴하면 나쁜 놈이 된다"고 출마를 종용하고 나섰는가하면, 백낙청 서울대 명예 , 함세웅 신부 등 범야권 시민사회 원로들의 인 '희망2013 승리 2012 원탁회의'가 “돌아갈 시점이 지났다”며 안 원장의 출마를 적극 종용한 바 있다.


    어쩌면 민주당 송호창 의원이 동행한 가운데 열린 금 변호사의 기자회견은 안 원장을 향한 ‘출마 압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즉 안 원장 측근이라는 금 변호사와 민주당 일부인사가 결탁해 안 원장이 대선에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기자회견을 강행했을 것이란 뜻이다.


    만일 안 원장이 고심 끝에 불출마를 선언할 경우, 그는 금 변호사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문제, 즉 뇌물과 여성문제 때문이라는 오해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바로 그 점을 노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안 원장이 불출마를 결심할 경우 그 책임을 여권에 돌리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다.


    만일 안 원장이 불출마를 선언할 경우, 민주당 등 야당은 ‘불출마 협박’ 때문이라고 주장할 것이 불 보듯 빤하지 않은가.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필자 개인의 추측일 뿐이다. 부디 이런 예상이 엇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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