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賞 탔는데도 퐁당퐁당 상영”

    영화 / 온라인뉴스팀 / 2012-09-12 13:46:00
    • 카카오톡 보내기
    ‘피에타’ 김기덕 감독 “1대1로 정당히 겨루고 싶다”

    영화 ‘피에타’로 제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52) 감독이 ‘퐁당퐁당’ 교차상영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11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상을 탔는데도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많지 않다. 한 관이라도 몇 회 정해 상영했으면 좋겠다. 적은 관에서 퐁당퐁당 상영하니 의미가 없다. 많은 영화들이 하루 상영횟수가 1000회 이상이고 우리 영화는 400회 전후”라고 짚었다.


    “우리 영화는 45% 이상의 좌석 점유율이다. 그러면 영화관에서도 상영 횟수를 늘리는데 그러지 않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15% 미만인데도 1000만명 이상을 바라보며 안 빠져 나가는 영화가 있다. 그게 바로 ‘도둑들’이 아닌가 싶다. 1대 1로 싸워서 지면 당당히 지겠는데 무수한 편법과 마케팅과 불리한 게임에서는 아무리 내가 착해도 화가 난다”고 털어놓았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피에타’는 10일 하루 238개관에서 765번 상영돼 2만8607명(누적관객 9만7099명)을 모았다. 개봉일인 6일 153개관으로 출발한 것에 비해서는 84개관이 늘었지만 세계3대영화제에서 최고작품상을 따낸 영화에 걸맞는 대접은 아니다.


    김 감독은 “수상으로 달라지는 건 없다. 영화는 시장이 없으면 안 된다. 발버둥쳐도 시장이 없고 극장에서 안 걸어주면 할 수 없다. 극장 관계자와 극장을 가진 사람들이 이 상을 타오면 문을 넓게 열어줄 거라고 생각했다. 관객들도 극장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할거라고 생각했다”며 씁쓸해했다.


    “그렇게 안 된다면 이 영화 역시 초라하게 묻힐 것 같은 생각이었다. 오라는 나라는 많으니까 거기 가서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내 관객들이 영화를 못 보는 환경이 안타깝다.”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을 받는 바람에 심사위원진의 만장일치에도 불구, 여우주연상을 내줄 수밖에 없었던 조민수(47)도 같은 마음이다.


    “베니스에 있을 때는 몰랐다. 우리 영화가 많은 극장에서 상영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많이 안 걸려있다고 하더라. 많이 봐야지 황금사자상을 왜 받았는지, 이 영화가 어떤지 알지 않을까 싶다. 보려고 해도 관이 없어서 못 본다는 친구들이 있으니 안타깝다. 우리가 상까지 받아왔는데 볼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극중 악마 같은 남자 ‘강도’를 연기한 이정진(34)은 “‘피에타’가 큰일을 했다. 해외에서만 인기가 있고 한국에서는 인기가 없다는 말이 나오는데 많이 도와 달라. 극장수가 턱없이 부족한데 많이들 도와주면 극장수도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고 청했다.


    그래도 조민수와 이정진은 ‘피에타’를 통해 “잊지 못할 추억거리가 생겼다”며 만족해했다.


    조민수는 “김기덕 감독님 작품에 관심 많이 가져줘 감사하다. 이렇게 관심을 줄 줄 몰랐다. 수상할 때 옆에서 내가 많이 떨었다. ‘김기덕’이라고 하는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끼쳤다. 우리 모든 스태프들이 그 작품에 참여했다는 게 너무 감동스러워 눈물이 나왔다. 외국 나가면 애국자가 되지 않느냐. 감동이었다”며 여운을 곱씹었다.


    베니스영화제 규정 탓에 여우주연상을 받지 못해 “조금 섭섭했다”고 털어놓았다. “KBS 파리 특파원이 와서 여우주연상 후보라고 미리 소감을 따겠다고 했다. 그건 경우에 없는 일이라고 안 했는데 그러길 잘했다. 망신스러울 뻔했다. 그 자리에 있을 때 황금사자상을 받고 한국영화 스태프들이 왕이었다. 나도 그 분위기에 참여해서 대접받는 부분이 커서 서운함은 잊혀졌다. 심사위원들이 잡아준 손도 따뜻했고 만찬 때도 거론됐다”며 즐거워했다.


    올해의 볼피컵 여우주연상(COPPA VOLPI)은 ‘필 더 보이드’(감독 라마 버시테인)에 출연한 이스라엘의 하다스 야론에게 돌아갔다.


    이정진은 “우리에게 낯선 환경이었다. 환영해줘 감사했다. 우리가 받은 게 아니라 대한민국 대표로 받은 것 같아 기쁘다”며 흥분했다.


    “처음 도착했을 때와 상영하고 나서 대해주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처음에는 아시아에서 온 이방인일 뿐이다. 난다 긴다하는 분들만 모인 곳인데 거기서 영화가 상영되고 나서 박수도 많이 쳐줬고 응원도 많이 해줬다. 시간이 지날수록 거듭될수록 회자가 많이 될 것 같다.”


    김 감독은 1996년 ‘악어’로 데뷔한 이래 8년 전 ‘빈집’으로 베니스영화제 감독상, 같은 해 ‘마리아’로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작품상을 받은 것은 한국영화사상 처음이다.


    ‘피에타’는 ‘황금사자상’ 외 비공식상인 ‘젊은 비평가상’ ‘골든 마우스상’ ‘나자레노 타데이상’으로 베니스 영화제 4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온라인뉴스팀 온라인뉴스팀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