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사과, 늦었지만 환영한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2-09-24 13: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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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정치에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음은 과거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래야할 민주주의 가치라고 믿는다. 그런 점에서 5.16과 유신, 인혁당 사건은 헌법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 상처와 피해 입은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24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이처럼 밝히면서 고개 숙였다.

    현장에 있었던 <시민일보>기자는 박 후보가 “우리나라에서 자녀가 부모를 평가한다는 것, 더구나 공개적으로 과오를 지적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아시리라 믿는다. 하지만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이상 이 부분에 대해 보다 냉정하고 국민과 공감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말할 때,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의 보고를 받는 순간, 마음 한 구석에 ‘징~’하는 울림이 전해져 왔다.

    그동안 5.16 발언과 인혁당 발언을 지켜보면서 박 후보에게 가졌던 실망감이 봄눈 녹듯 사라지는 것 같았다.
    비록 때늦은 감은 있지만, 박 후보의 이날 사과는 과거 <민중신문> 편집위원장을 지냈던 사람으로서 필자는 이를 적극 환영하는 바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도 "박 후보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필요한 일을 했다"며 박 후보의 사과에 진정성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당에서는 여전히 박 후보의 이날 발언에 대해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이날 오전 민주당 정성호 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과거사 관련 기자회견은 만시지탄이기는 하지만 기존의 입장에서 진전된 내용"이라면서도 "다만 박 후보의 사과가 진정성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지적했다.

    통합진보당 민병렬 대변인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비록 늦은 감은 있으나 기자회견을 통해 유신의 피해자들과 가족들에 사과한 점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행간을 보면 박 후보의 사과 표명이 과연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여전히 의심스러운 점은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억울하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처음부터 이런 내용의 발언을 했다면, 진정성을 의심받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박 후보가 화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박 후보는 “저 역시 가족을 잃는 아픔이 얼마나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저의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그 약속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을 국민들에게 보일 필요가 있다.

    특히 “앞으로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해서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국민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도록 노력하겠다. 그리고 국민대통합을 위해 더 발전된 민주주의 완성 위해 힘을 쏟겠다”고 밝힌 만큼, 과거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인사들이나 인권탄압을 받았던 피해자들, 또는 그의 가족들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사실 국민들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功過)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가 남긴 경제발전의 업적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박 후보가 스스로 고백했듯이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박 후보가 이를 딸의 입장에서 설명하려다보니, 국민들에게는 마치 고 박 전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두둔하는 것처럼 비춰졌고, 그래서 실망감을 느낀 유권자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 그런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국민은 박 후보가 아버지 무덤에 침을 뱉는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제 과거사 논란은 이쯤에서 접고,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무소속 안철수 후보 등은 앞으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할 미래사를 놓고 열띤 논쟁을 벌여주기 바란다.

    어떤 정책이 위기에 직면한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고, 어떤 정책이 극단적인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지, 어떤 정책이 분열된 국민을 하나로 묶어내고 국민대통합을 이룰 수 있는지, 세 후보가 치열한 정책 경쟁을 해달라는 뜻이다.

    거듭 박 후보의 ‘사과’ 발언을 환영하며, 이를 계기로 우리 정치가 ‘과거’에서 ‘미래’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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