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 서울동물원 양효진 동물큐레이터는 25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번식을 하지 못하는 동물들이 동물원에서 번식을 하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게 앞으로 동물원이 해나가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 씨는 동물원 큐레이터란 동물전시기획, 동물행동풍부화라는 동물복지프로그램을 중점 운영하고 직원 교육, 자료조사 업무를 하는 직업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쉽게 말해)동물들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는지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시베리아 호랑이는 소나무 많은 곳에서 쉬는 걸 좋아하니 소나무를 심어주고, 호랑이는 물을 좋아하니 개울이나 웅덩이 같은 곳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고 예를 들었다.
또 양 씨는 동물풍부화에 관해 "다양한 동물이 있는데 먹이 먹는 방법이 다르다. 기린의 경우 높은 나무에 있는 나뭇잎을 먹기 때문에 높은 곳에서 먹이를 매달아주고 그걸 관람객이 볼 수 있도록 전망대를 높이 설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진행자가 침팬지 교감으로 유명한 제인 구달(영국 동물학자)의 예를 들며 교감 경험을 묻자 "눈물을 흘리는 동물도 있는데 행동을 잘 살펴보면 지금 어떤 상태인가를 알 수 있다"며 "행동을 착각하기도 하기 때문에 인간의 시각으로 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답했다.
양 씨는 "새로운 동물행동풍부화를 시도하다 보면 시행착오가 많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새로운 먹이통 적용했을 때 발이 껴서 안 빠진다거나 이런 경우 아찔해서...(중략)...계속 관찰하면서 무슨 일이 있을 때는 바로 조치를 취한다"며 비화를 털어놓기도 했다.
양 씨는 "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원을 '슬픈 동물원'이라고도 한다. 동물을 사랑하는 분으로 어떻게 보냐"는 진행자의 다소 날카로운 질문에 "동물이 자기의 행동성을 다 보이며 살아가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제일 먼저 해야할 것은 서식지 보존이다. 서식지가 정말 많이 파괴돼 가고 있고 살 곳이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동물이 갈 곳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동물원에서 그런 것들을 도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번식을 하지 못하는 동물들이 동물원에서 더 번식을 하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동물원의 역할을 명확히 했다.
한편 그는 동물큐레이터가 된 계기를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수의학과 졸업 후 동물행동풍부화 자원봉사를 하게 됐고, 야생동물을 좋아해 이 같은 일을 하게 됐다"고 답했다.
양 씨에 따르면 현재 서울동물원에는 동물 총 337종 2600마리가 살고 있다.
이나래 기자 wng1225@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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