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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야권후보 단일화 문제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과 무소속 안철 후보 측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일단 외견상 문 후보가 ‘정당 후보론’과 ‘안철수 입당론’을 제기하면서 단일화 논의를 재촉하는 가운데, 안 후보가 ‘무소속 대통령론’과 ‘쇄신 우선론’으로 이를 일축하는 모양새다.
실제 문 후보가 지난 14일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게 민주당 입당을 제안하며 단일화 논의에 불을 붙이려 했지만, 안 후보는 "진짜 중요한 목표가 무엇인지 잘 헤아렸으면 좋겠다"고 꼬집는 것으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 16일에는 ‘후보단일화’냐 ‘연대-연합이냐’를 두고 양측인 날선 공방전을 벌이기도 했다.
문 후보 측 진성준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후보 단일화에 대한 안 후보의 생각이 무엇인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면서 "단일화와 연대, 연합이 어떻게 다르냐"고 쏘아붙였다.
이는 전날 안철수 후보 측 김성식 위원장이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안 후보의 입당을 요구한 것은 당리당략적 접근”이라며 "정확한 표현은 단일화가 아니라 연대나 연합"이라고 일축해 버린 데 대한 반감인 셈이다.
양측이 이처럼 팽팽하게 신경전을 벌이는 이유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데도,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가운데 어느 한쪽으로의 힘 쏠림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가 인터넷신문 <뷰앤폴>과 함께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전국에 거주하는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 ±2.2%p) 결과를 보자.
다자 대결의 경우, 박근혜 후보(43.3%)의 독주 속에 문재인 후보(24.9%)와 안철수 후보(26.8%)가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자 대결의 경우 역시 누가 단일 후보가 되든지 모두 박근혜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근혜ㆍ문재인 양자대결에서는 ‘박근혜(47.6%) vs. 문재인(46.1%)’로 박근혜 후보가 오차범위 내인 1.5%포인트 앞섰고, 박근혜ㆍ안철수 양자대결에서는 ‘박근혜(47.0%) vs. 안철수(48.7%)’로 안철수 후보가 오차범위 내인 1.7%포인트 앞섰다.
즉 문재인과 안철수 중 누가 야권단일후보가 되든지 상관없이 박근혜 후보와 접전을 벌일 것이란 뜻이다.
그러면, 다른 여론조사 결과는 어떤가. 엇비슷하다.
최근 당내 분란 등으로 지지율 답보 상태를 보이던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이른바 '대통합 선대위 인선' 이후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경우 지지율이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 <프레시안>과 여론조사 전문기관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지난 14일 전국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최대허용오차는 ± 3.1%p) 결과에 따르면, 박 후보는 다자 대결에서 지지율 40% 대를 회복해 41.1% 기록했다. 반면 안철수 후보(29.4%)와 문재인 후보(23.4%)는 모두 20%대에 그쳤다.
안 후보와 문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두 후보는 단일화의 향방을 결정지을 야권의 표밭인 호남에서 문재인 후보는 46.2%, 안철수 후보는 43.7%로 오차범위 내에서 피 말리는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우선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각자 독자 출마할 경우,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박근혜 후보의 벽을 도저히 뛰어 넘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민심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기 위해서는 후보단일화를 시도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두 사람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그러다보니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날선 신경전을 벌이게 되고, 그것이 양측의 감정을 상하게 만들뿐만 아니라, 단일화 명분마저 상실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런 상태에서 단일화를 꼭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거듭 말하지만 안철수 현상은 ‘정권교체 요구’가 아니라, 기존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채찍’이다.
그 채찍은 새누리당만을 향한 것이 아니다. 민주당도 포함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안 후보는 그런 국민의 뜻을 받들어 독자 후보로 완주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안 후보를 향한 표가 많으면 많을수록 여야 각 당 모두가 반성하고, 정치쇄신의 고삐를 바짝 당길 것 아니겠는가.
어쩌면 안 후보의 역할은 대통령이 되어 국정운영을 하는 게 아니라,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에게 쇄신의 채찍을 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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