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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북방한계선) 발언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계속 가열되고 있다.
새누리당 정몽준 공동선대위원장은 17일 “북방한계선을 우리 측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이를 무시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는 좌파 진영의 논리는 무책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좌파의 논리대로 NLL이 영토분계선 역할을 할 수 없다면 한일간 평화선도 정통성이 없고, 따라서 독도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도 성립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에 맞서 민주통합당은 NLL 관련 남북정상회담 비밀 녹취록이 존재한다고 주장한 정문헌 의원 등을 검찰에 고발하겠다며 강경대응에 나섰다.
문재인 후보측 문병호 법률지원단장은 “당시 정상회담에서 비밀회담과 비밀대화록도 없다는 것이 진실인데도 정문헌 의원 등이 허위 사실을 유포하며 민주당과 민주당 대선 후보를 비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얼핏 보면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같은 내용을 두고 공방을 벌이는 것 같지만, 면밀하게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새누리당은 ‘NLL에 대한 노무현-문재인의 인식’을 주된 공략 포인트로 반면, 민주당은 ‘대화록 유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보니 지루한 공방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단 대화록 유무를 확인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그냥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합의하에 비공개 대화록을 공개하거나 복사하면 된다.
만일 어느 쪽이든 이를 반대하거나 이상한 전제조건을 달면, 그 쪽이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NLL에 대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후보의 인식일지도 모른다.
NLL이라는 게 무엇인가.
지난 1953년 7월 27일 이루어진 정전협정에서 남북한 간 육상경계선만 설정하고 해양경계선은 설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 주한 유엔군 사령관이던 클라크(Mark Wayne Clark)가 정전협정 직후 북한과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해양의 한계선을 정한 것이 바로 북방한계선(NLL)이다.
1953년 설정 이후 1972년까지는 북한도 이 한계선에 전혀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준수해왔다. 그러다 1973년 들어 북한이 서해 5개 섬 주변수역이 북한 연해라고 주장하면서 이 수역을 항행하려면 사전 승인을 받으라고 요구하는 한편, 빈번히 북방한계선을 넘어옴으로써 남한 함정들과 맞닥뜨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정부의 입장을 확고했다.
유엔사령부가 NLL 확정을 통보할 당시 북한 측의 분명한 이의 제기가 없었고, 20여 년 간 관행으로 준수해 왔으며, 1991년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 11조의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7월 27일자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해 온 구역으로 한다'는 점 등을 들어 이를 침해할 경우 명백한 정전협정 정신 위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후보의 인식은 조금 달랐던 것 같다.
실제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10월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당대표·원내대표 초청간담회에서 "서해북방한계선(NLL)은 어릴 적 땅 따먹기 할 때 땅에 그어놓은 줄이다. 이것은 쌍방이 합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다. 그 선이 처음에는 작전금지선이었다. 이것을 오늘에 와서 영토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많은 데 남북간에 합의한 분계선이 아니란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문재인 후보는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2007년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정상회담에서 북한측이 북방한계선 얘기 꺼내면 우리는 공동어로구역으로 설정하자고 제시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런 발언들은 모두 NLL 포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따라서 문 후보가 나서서 이에 대해 자신의 분명한 입장을 밝히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간단히 해결될 문제를 왜 그토록 여야가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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