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의 ‘말장난’?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2-10-22 16: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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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후보단일화를 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도저히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이길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문학계와 영화계, 미술계, 종교계 인사 102명이 22일 "정치개혁과 단일화가 곧 민주주의이자 시대정신"이라며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소설가 황석영 정도상 씨와 화가 임옥상 씨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정권을 바꾸는 일" 이라며 "우리는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를 모두 지지한다. 두 후보가 내놓는 정치개혁의 출발은 마땅히 단일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후보에게는 "선대위의 뒷전에서 여전히 낡은 체제를 유지하려 한다면 민주당의 개혁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압박했고, 안 후보에게는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언급만이 아니라 정치개혁의 구체적 청사진과 방도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얼핏 보면 마치 문 후보와 안 후보가 후보단일화를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후보단일화를 촉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양측은 그런 뉘앙스가 풍기는 발언을 간간히 내뱉기도 했다.

    문 후보는 전날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호남 지역 의원 20여명과 만찬을 갖고 “지난달 안 후보의 출마선언을 보고 끝까지 (독자적으로)가려고 한다고 느꼈다”며 “단일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앞서 안 후보는 지난 19일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대선 완주 여부를 묻자 단호한 표정으로 “끝까지 가야죠”라고 완주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니, 후보단일화를 바라는 세력들이 ‘화들짝’ 놀라 후보단일화 촉구 기자회견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미 이런 기자회견이 있을 것이란 점을 예측한 바 있다.

    사실 안 후보는 야권 단일화에 응하지 않고 대선에 완주하겠다는 표현을 쓴 적은 없다. 오히려 민주통합당에 단일화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정치쇄신에 대해서 구체적인 제안을 하는 등 단일화 쪽에 점차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유권자들은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가 무산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어느 날 <시민일보>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한 정치논객이 본사를 방문한 일이 있다.

    그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신경전이 도를 넘어서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러다 단일화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때 필자는 이렇게 답변했다.

    “제가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라면, 결말이 빤한 재미없는 시나리오를 쓰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차피 단일화는 합니다. 안 그러면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가 없어요. 그래서 단일화를 하긴 하는데 그냥 쉽게 단일화 해버리면 무슨 재미가 있습니까? 뭔가 좀 티격태격 싸우는 것처럼 보여야 재미있고, 그 와중에 싸움을 말리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나서서 기자회견 같은 것을 통해 단일화를 촉구하고 그래야 관중들도 관심을 가질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 말을 한지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그런 기자회견이 벌어진 것이다.

    그 논객은 이날 단일화 촉구 기자회견을 지켜보면서 지금쯤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어쩌면 다음 시나리오가 어떻게 될지 물어보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리 궁금해 할 것도 없다.

    만일 필자가 시나리오 작가라면, 재미있게 쓰되 가급적이면 욕먹지 않는 결말을 내겠다.

    즉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 시나리오를 쓴다면, 첫째로 양측이 팽팽하게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을 연출해 긴장을 고조시킨 다음에, 둘째로 싸움을 말리는 정의의 사도(?)와 같은 세력이 나타나 양측에게 후보단일화를 촉구하는 모습을 연출토록 하고, 셋째로 두 후보가 서로 못이기는 척 한발씩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면 관중들의 관심을 끌되, 욕도 먹지 않을 것 아니겠는가.

    그런 시나리오를 쓰겠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를 둘러싼 공방은 사전에 각색된 말장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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