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과거' vs. '준비 안 된 미래'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2-10-23 1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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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는 ‘철저히 준비된 안전한 과거’와 ‘아직도 준비 안 된 불안한 미래’의 싸움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이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물론, 야권의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나 무소속 안철수 후보 모두 국민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인 것 같다.


    먼저 박근혜 후보를 살펴보자.


    5.16발언과 인혁당 문제 등이 불거졌을 때 과거사에 대해 상당히 전향적인 입장표명을 했다. 이를 계기로 박 후보는 드디어 과거사의 족쇄를 풀고 미래로 나아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최근 정수장학회 문제로 또 다시 ‘과거’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사실 역대 대통령 후보 가운데 박근혜 후보만큼 준비된 후보도 흔치 않을 것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경찰청장을 지낸 이무영 전 의원이 지난 21일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한 말도 “국민 대통합과 조국의 안정된 균형 발전을 위해 준비된 대통령 후보인 박근혜 후보를 돕겠다”는 것이었다.


    DJ의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전 민주당 고문도 “국민은 준비된 대통령을 바라고, 박근혜 후보는 준비된 대통령”이라며 박 후보를 공개지지 선언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역시 박근혜 후보에 대해 “오랫동안 국정경험을 통해 정치인으로서 충분한 검증을 받아온 검증된 후보이자 준비된 대통령 후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진보진영의 전유물처럼 여겨왔던 복지 문제와 경제민주화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 올린 후보도 바로 박근혜 후보다.


    그렇게 철저하게 준비된 후보가 ‘과거’에 발목이 잡혀 한걸음도 제대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는 누구를 탓할 문제가 아니다. 박 후보 자신이 과거를 ‘훌훌’ 털어내지 못한 잘 못이 있다.


    그래서 국민들은 박 후보를 ‘준비된 과거’라고 꼬집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어떤가.


    두 후보 모두 미래를 말하고 있지만, 아직도 준비된 것이 무엇인지 감이 잡히지 않아 불안하기 짝이 없다.


    문재인 후보는 비록 민주당 후보로 선출되긴 했지만, 그가 끝까지 완주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안철수 후보와의 야권단일화 과정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반족 후보’인 셈이다.


    그래서 민주당 지지자들은 불안하기 그지없다. 지금이라도 뭔가 준비를 해야 하는데, 야권단일화에 매달리느라 그럴 여유조차 없는 것 같다.


    안철수 후보 역시 다를 바 없다.


    안 후보가 특권포기, 대통령 사면권 및 임명직 추천권한 제한 등을 담은 정책비전을 발표했지만, 여야가 한 목소리로 ‘원론적인 수준’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심지어 새누리당은 '좋은 말들의 모음'이라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책을 발표하면서도 총론만 있을 뿐, 뭐 하나 구체적으로 각론을 제시한 것이 없다.


    그래서 안 후보가 그럴 듯한 미래를 말하긴 하는데, 아직도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대선까지 불과 50여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아직도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대체 언제 준비를 마치겠다는 것인가.


    그래서 안 후보에 대해 ‘준비 안 된 미래 후보’라고 혹독하게 비판하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이처럼 철저하게 준비했으나 여전히 과거의 굴레를 벗어던지지 못하는 후보나, 미래를 말하면서도 전혀 준비된 것이 없는 불안한 후보들 가운데 어느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는 차선책의 선거라면, 차라리 선거를 하지 않겠다는 투표 포기자가 속출할지도 모른다.


    가뜩이나 투표율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 이번 대선투표율은 그래서 더욱 낮아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다시 말하지만 국민들은 지금 ‘준비된 미래후보’를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박 후보는 지금부터라도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로 나아가는 전향적인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일 필요가 있다.


    또 문 후보와 안 후보는 번듯한 미래를 말하기에 앞서 무엇보다도 먼저 대통령이 되긴 위한 기초부터 충실히 준비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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