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단일후보 ‘필승 카드’ 아니라면...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2-10-30 14:04:00
    • 카카오톡 보내기
    편집국장 고하승
    이른바 ‘안철수 현상’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등 여야 각 정당으로 하여금 쇄신경쟁에 불을 지피는 훌륭한 역할을 수행해 냈다.

    그런데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정권교체’를 명분으로 후보단일화를 모색하면서 ‘안철수 현상’도 요즘 많이 퇴색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그렇다면, 정말 후보단일화가 ‘필승 카드’일까?

    각종 여론조사를 결과를 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12월 대선을 50일 앞둔 30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JTBC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에 의뢰해 지난 28~29일 실시한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결과, 박근혜 후보는 다자구도에서 43.8%로 전일(42.8%) 대비 1.0%p(포인트) 상승했으나 문재인 후보는 24.8%로 전일(25.9%) 대비 1.1%p 하락했으며, 안철수 후보도 24.8%로 전일(25.3%) 대비 0.5%p 하락했다.

    이번 조사는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추출해 자동응답방식 전화조사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p다.

    즉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은 비록 소폭이나마 상승한 반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지지율은 오히려 하락했다는 것이다.

    양자대결의 경우는 어떤가.

    박 후보는 안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도 전날(44.6%)보다 1.3%p 상승한 45.9%를 기록했다. 물론 안철수 후보도 48.7%로 전날(48.4%)보다 0.3%p 상승하긴 했으나, 박 후보의 상승 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그 폭이 매우 낮은 편이다.

    이에 따라 두 후보 간 격차는 2.8%p(전일 3.8%p)로 좁혀졌다. 즉 박 후보와 안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뜻이다.

    박 후보 대 문 후보 간 양자대결에서도 박근혜 후보는 전날(46.8%)보다 1.0%p 상승한 47.8%를 기록했다. 역시 문재인 후보도 46.8%로 전날(46.3%)보다 0.5%p 상승했으나 박 후보의 상승 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았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후보단일화를 이루더라도 박근혜 후보를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안철수 후보가 굳이 후보단일화를 모색할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문재인 후보 측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에 미적거리고 있다고 보고, 안 후보를 정면 비판하면서 단일화 협상을 공식 제안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우상호 공보단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곧 11월 초가 되는데, 언제까지 단일화 논의를 늦추겠다는 것인지 안 후보 측에 공식적으로 질문한다”며 “유불리를 따져 논의를 늦추는 것은 국민의 절절한 단일화 열망을 받아 안는 것이 아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도 안철수 대선후보를 향해 “정치개혁 공방을 즐기지 말고 진지한 토론에 나서라”고 충고했다.

    노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2차 의원총회에 참석해 "(안 후보는)지금 의원정수를 줄이자 줄이지 말자는 공방을 놓고 자신들만 개혁세력이고 그에 문제제기하는 모든 사람들은 구태의연한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넣으면서 즐기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지금 국민들 가운데 상당수는 안 후보가 어차피 후보단일화를 할 것이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방식으로 가기 위해 ‘시간 끌기’ 꼼수를 부리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안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 내지는 답보상태인 것은 이런 의구심 때문인지도 모른다.

    실제 문재인 후보와 비교할 때, 안 후보의 지지율은 ‘도토리 키 재기’처럼 고만고만하다.

    만일 이때에 안 후보가 ‘여야 정당의 정치쇄신을 위해 패하는 일이 있더라도 후보단일화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면, 그의 지지율은 급상승세를 탈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더라도 40%대의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박근혜 후보의 벽을 넘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그래도 ‘안철수 현상’에 담긴 국민의 여망을 생각한다면, 안 후보는 오직 ‘이기기 위한 단일화’보다는 ‘지더라도 정치쇄신을 위한 완주’를 선택해야하는 것 아닐까?

    단일후보가 ‘필승카드’라면 몰라도, 꼭 그렇지도 않은 상황에서 단일화에 목을 매는 것은 ‘안철수 현상’을 배신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하승 고하승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