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이 먼저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2-10-31 15: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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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가까운 길을 두고 먼 길을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가 31일 발표한 ‘사법개혁 정책공약’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사법개혁의 최대 핵심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다. 그러나 안 후보는 이날 이에 대해서는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물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나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도 이에 대해 침묵하기는 마찬가지다.

    실제 안 후보 측 강인철 법률지원단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공평동 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권이나 권력기관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의지나 능력이 없다고 판단, 국민의 사법주권을 확대하고 사법권력을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국민중심의 사법개혁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안 후보가 제시한 사법개혁안에는 ▲고위공직자 부패수사 전담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 설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등이 포함됐다.

    그런데 이는 대부분 정치권인사들이나 고위직 공무원들이 해당되는 것들로 일반 국민들과는 거리가 멀다.

    즉 정치적인 사건이나 고위직 연루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의 직접 수사기능을 대폭 축소하지만, 일반 국민들이 연루된 사건은 지금과 별반 차이가 없게 되는 것이다.

    고작 사법경찰관이나 검사의 고의나 중과실에 의한 공권력 남용을 막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키로 한 것이 전부다.

    국민들이 사정기관 및 사법기관 종사자들의 과오를 직접 견제할 수 있도록 법적수단을 마련해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

    하지만 이는 사후조치에 불과하다.

    수사와 기소과정에서 오남용된 공권력 행사에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는 좋으나, 그보다 앞서 사전조치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지금 검찰의 기소권 남용으로 인해 억울하게 구속된 피의자들이 재판부의 판결로 무죄판결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검찰 측이 중간에 피의자의 억울함을 발견했어도, 자신들이 수사하고, 기소를 했기 때문에 무리하게 재판을 진행시켜 억울한 피의자를 더욱 아프게 만드는 일도 허다하다.

    따라서 이 같은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수사권 조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즉 수사권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형소법이 다시 한 번 개정돼야 한다는 말이다.

    앞서 지난해 6월 국회 본회의에서는 사법경찰관의 수사 개시·진행권을 인정하는 등 경찰을 법률적 수사의 주체로 인정하는 취지의 형소법 개정안이 통과됐으나, 같은해 11월 검사의 지휘에 관한 내용을 담은 대통령령을 국무총리실이 직권 조정하면서 경찰 내사에 대한 검사의 개입 등을 명문화하는 등 오히려 검찰권이 강화되는 내용이 포함되고 말았다.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로 권한을 분리해 검사가 경찰 수사에 개입하지 않는 영·미식 수사구조를 채택하지 않는 한 사법부의 개혁은 결코 완성시킬 수 없다.

    급작스럽게 그런 일을 추진하는 게 무리라면, 일본식 절충형 수사 구조를 중간 단계로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안 후보는 이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안타까운 사실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도 이를 거론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실제 박 후보가 최근 발표한 공약을 보면, 검ㆍ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들어 있지 않았다. 당초 국민행복추진위의 초안에는 검ㆍ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 '민생 분야에 대해 피의자 송치 전 검찰의 지휘배제' 등의 내용이 포함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최종 논의 과정에서 내부 반발로 제외됐다고 한다.

    아마도 수사권 조정이 공약에 포함될 경우 검ㆍ경 간 갈등 고조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감안됐을 것이다.

    문재인 후보 역시 사법부 개혁을 말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로 권한을 분리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

    결국 여야 모든 대선주자들이 말로는 검찰의 개혁을 주장하면서도 속으로는 ‘검찰의 눈치 보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대선주자들도 눈치를 봐야 할 만큼, 막강해진 검찰의 권한, 그 권한이 일반국민을 겨냥할 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사법개혁의 초점은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로 권한이 분리되는 쪽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모쪼록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 모두 이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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