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청자 '천년비색 비밀' 문 열린다

    도서 / 정찬남 기자 / 2012-11-18 16: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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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진군, 사당리 사적지 발굴조사 완료
    [시민일보] 전남 강진군이 고려청자 가마에 대한 비밀을 밝히는 사적지 발굴을 나선 가운데 그 실체를 찾게 됨에 따라 학계와 도예가 및 관계자들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강진군은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지난 6월 27일부터 대구면 사당리 43호 고려청자 요지(사적 제68호)의 발굴조사를 끝내고 오는 20일, 현장에서 공개설명회를 갖는다.
    이는 국민들에게는 강진 고려청자 요지의 중요성과 문화적 자긍심을 심어주며, 외적으로는 세계가 인정하는 강진 비색청자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조사를 추진했다.
    그리고 1994년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돼 있는 강진 고려청자 요지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학술적 토대를 마련하는 조사이기도 하다.
    이번 조사에서는 청자 가마 1기와 폐기장 1곳, 유물 구덩이 2곳, 숯가마 1기 등의 유구가 조사되었으며 실패돼 폐기된 많은 양의 청자를 비롯해 갑발(케이스)과 도지미 등 다양한 요도구가 발굴됐다.
    이 가운데 청자 생산의 가장 핵심 시설인 가마는 고려만의 독자적인 기술력을 자랑한 고려 중기 비색청자의 가마 구조가 최초 확인되는 쾌거가 있었다.
    가마의 앞부분인 요전부와 아궁이, 봉통부(연소실), 불턱, 번조실, 그리고 가장 뒷부분인 초벌칸 등이 완벽하게 확인됐다.
    가마의 형태는 장타원형에 가까웠다. 구조는 전체가 1칸으로 이루어진 단실 오름 가마로, 갑발과 진흙을 이용하여 축조하였다. 전체 규모는 길이 20m, 너비 180㎝, 경사도 13~15°로 확인됐다.
    불꽃이 연소되는 봉통부와 그릇을 놓는 번조실 사이에 설치된 불턱의 경우 갑발을 이용해 높이 55㎝로 거의 직각으로 축조돼 있었다.
    강진 지역의 가마도 비색청자 시기가 되면 안정적인 고온의 불심을 얻기 위해 중국의 기술을 받아들였음을 알려주는 시설임이 입증됐다.
    강진 청자가마도 필요한 경우 외래의 기술을 받아들여 고려만의 독자적인 발전을 이루었음을 보여주는 요소였다.
    번조실은 가마가 폐기된 후 무너진 천정을 제거하고 인위적으로 매립한 흔적이 확인됐다. 이는 중국의 관요(官窯)인 여요(汝窯)에서도 확인되는 관행으로 향후 다른 지역의 사례와 비교해 이곳 대구소의 가마 운영 실태를 규명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무엇보다 이제까지 고려만의 전통적인 진흙 가마에서 확인되지 않았던 초벌 칸이 최초로 완벽하게 확인된 것은 이번 조사의 가장 큰 학술적 성과로 꼽고 있다.
    출토 유물은 고려 중기 비색청자를 비롯해 후기의 상감청자까지 고루 출토됐다. 특히 전모가 밝혀진 사당리 43호 가마터의 폐기장(길이 770㎝, 너비 620㎝, 깊이 80㎝)에서는 비색청자 생산지의 면모를 과시하듯 양질청자에 반드시 필요한 많은 양의 갑발을 비롯, 매병과 베개 등 다양한 청자가 출토됐다.
    특히 고려 중기 비색청자 시기를 대변하는 음각앵무문과 팽이형 잔, 양질 청자를 균일하고 다량으로 생산하기 위해 사용하였던 틀(陶范)로 무늬를 찍은 압출양각무늬의 그릇 등이 함께 출토돼 사당리 43호 가마터가 고려 중기 전성기의 비색청자를 생산했던 가마임을 뒷받침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숯 가마터까지 확인됐다. 숯가마는 그동안 조선시대 분청사기와 백자 가마터 주변에서 확인돼 조선시대에 주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추정되었으나 고려시대에도 사용되었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숯이 자기 가마터에 어떻게 사용되었을 것인지에 대한 연구과제 던져주고 있다.
    사당리 43호는 청자요지는 지형이 잘 남아 있고 유적과 퇴적층의 보존 상태가 양호해 그동안 완전한 구조가 확인되지 않았던 고려청자 가마의 구조와 형태 등 성격을 밝히는데 많은 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는 유적이었다. 그래서 이번 조사에서 완벽하게 평면 구조를 보여주는 가마터가 확인됨에 따라 강진군의 향후 고려청자 가마터 연구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게 됐다.
    강진=정찬남 기자 jcrso@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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