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상담센터 직원들을 협박해 거액을 뜯어낸 '블랙 컨슈머'(보상 등을 목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가 경찰에 덜미를 붙잡혔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블랙 컨슈머 이모(56)씨를 상습사기 등 혐의로 구속송치했다고 11일 밝혔다.
이씨는 2010년부터 최근까지 국내 최대 전자회사인 A사 스마트폰과 냉장고, 컴퓨터 등 정상제품이 하자가 있는 것처럼 수리의뢰한 후 직원들을 협박해 교환이나 환불 받는 수법으로 206차례에 걸쳐 모두 2억4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씨는 기업들이 회사 이미지상 하자 대응에 미온 적이라는 점을 노려 A사를 협박해 생활비를 마련하기로 하고 사전 매뉴얼을 만든 후 범행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가 협박한 이들은 '감정노동자'인 A사와 통신사 B사 콜센터 여성 상담사와 대리점 직원들로 싫은 소리를 들어도 감정을 드러낼 수 없는 직업적 약점을 노린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 수법을 보면 이씨는 가족과 지인들 명의로 A사 최신 스마트폰 22대를 B통신사로 개통한 후 정지→해지→개통을 번갈아 반복하면서 고장을 이유로 A사에 수리의뢰했다. 사유는 사전 파악해 둔 전원꺼짐 등 점검하더라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들을 들었다.
그러면서 수리센터 기사들이 수리한다고 하면 'A사 제품을 믿을 수 없어 사용하지 않을 것이니 필요없다'고 하면서 수리를 완강히 거부하고 휴대전화를 찾아가지 않는 수법으로 압박해 교환·환불 받았다.
또 냉장고 전원을 껐다가 다시 킨 후 냉장고 온도가 높다고 해 새 제품으로 교환받고는 '냉장고 안에 들어있던 음식이 백두산 상황버섯 등 아주 귀한 음식'이라는 억지주장을 하면서 '품질문제를 언론에 알리겠다'고 협박해 2차례에 걸쳐 1000만원을 받았다.
이씨는 컴퓨터에 들어있는 자료를 다른 기기로 옮겨달라고 하고는 자료를 옮기는 과정에서 자료가 유실됐다고 주장, 자료 원상회복 또는 손해배상을 요구하여 597만원을 받기도 했다.
이씨는 이과정에서 교환·환불받은 제품을 반환하지 않고 되팔아 이익을 챙겼다. A사 직원들이 환불 규정 등을 언급하면 '너희들 옷을 벗겨버리겠다. 언론에 알리겠다. 북파공작원 출신이다. 가족들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했거나 야구방망이를 휘둘렀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씨는 22대에 달하는 스마트폰 요금을 생트집을 잡아 A사와 B통신사 콜센터 여성 상담사와 직원에게 대납하도록 했다. 공(空)기계임에도 스마트폰 교환·환불에 필요한 '이용계약등록사항증명서'를 강요해 받기도 했다.
고객에게 항의가 접수되면 잘못이 없어도 불이익을 받는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응하지 않으면 지방까지 와 사과하라고 요구해 실제 직원들이 지방까지 출장을 가기도 했고 '얼굴에 염산을 뿌리겠다'는 등 욕설을 하면서 다른 고객의 전화를 못 받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견디다 못한 업체 측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덜미를 잡혔고 지난 7일 구속 송치됐다.
경찰 관계자는 "평범한 시민들의 직업적 약점을 잡아 범행하는 등 반사회성이 짙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면서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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