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납품비리 '뇌물로 범벅'

    사건/사고 / 온라인팀 / 2012-12-17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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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리베이트 챙긴 MD등 27명 적발… 범죄 수익금 9억 환수
    홈쇼핑업계 납품비리를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박근범)는 17일 홈쇼핑업체 관계자 7명과 벤더업체 및 납품업체 대표 17명, 식약청 공무원 3명 등 총 27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가운데 홈쇼핑 입점을 희망하는 납품업체 7곳으로부터 제품 론칭과 사은품 선정 등의 청탁과 함께 4억2700만여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N홈쇼핑 전직 MD 전모(32)씨 등 4명을 구속 기소했다.

    또 방송시간대 편성, 방송수수료 결정 등의 업무를 총괄하면서 방송 편의를 제공해준 대가로 3100만원의 뇌물을 챙긴 H홈쇼핑 방송본부장 최모(52)씨 등 23명을 배임수재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하고, 총 9억2886만원의 범죄수익금을 환수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홈쇼핑 MD 등이 상품 론칭과 제품 판매·방송 등을 빌미로 납품업체로부터 관행적인 리베이트를 수수한 사실을 적발했다.

    MD들은 통상 매출액의 1~4%를 리베이트로 받아 챙기고 이 중 일부를 편성팀장 등 소위 '윗선'에 상납하는 구조적인 비리가 만연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납품업체들은 홈쇼핑을 통한 제품 론칭, 방송 편성, 수수료 책정, 거래형태 선택(직매입거래, 위수탁거래) 등과 관련해 홈쇼핑업체에 근무하는 MD, 팀장, 본부장 등의 직급에 따라 단계별로 로비했다.

    특히 MD가 제품 론칭뿐만 아니라 수수료 지급방식, 사은품 선정, 방송시간 편성 등 거의 모든 단계에 걸쳐 관여하는 업계 특성상 납품업체들은 1차적으로 MD에 대한 로비에 주력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후 납품업체들은 홈쇼핑업체의 상품팀장, 편성팀장, 본부장 등이 제품 론칭과 방송시간대 편성, 내부 결재 등에 관여하는 점을 고려, 각 직급에 따라 단계별로 고질적인 로비를 펼쳤다.

    홈쇼핑 업계의 뇌물비리는 범행수법도 치밀했다.

    검찰에 따르면 MD 등은 자신 또는 친인척의 금융계좌뿐만 아니라 동생의 친구, 처형의 친구, 장인 회사의 직원 등 홈쇼핑 거래와 관련성이 전혀 없거나 친인척이 아닌 제3자를 통해 뇌물을 수수했다.

    또 MD들은 납품업체의 청탁이나 편의를 봐준 대가로 기본적으로 매월 200만원~600만원씩 정기적으로 리베이트를 수수했으며, 방송기간 동안 매월 매출액의 1~4% 정도를 챙기면서도 수수액을 더 늘리기 위해 특정 납품업체의 매출이 신장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아울러 MD들이 벤더업체에 특정 사은품업체의 사은품을 정상가격보다 고가로 납품받도록 압력을 행사한 후, 사은품업체로부터 매입가격과 정상가격과의 차액을 리베이트로 수수하는 방식도 적발됐다.

    이밖에 MD들은 고가의 국산 또는 외제차량을 제공받아 납품업체에 리스비를 부담시키거나 납품업체의 비상장 주식을 저가에 매수해 상장시 시세차익을 얻거나 납품업체의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투자를 하기도 했다. 일부 MD들은 납품업체 직원에게 연간 60%에 달하는 고리로 돈을 빌려주기도 했다.

    이처럼 납품업체들은 홈쇼핑 관계자들에게 건넬 뇌물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 자금을 횡령하거나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결과적으로는 기업 회계의 부실을 초래했다.

    납품업체들은 리베이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인이 납품업체에 컨설팅을 해주는 것처럼 허위로 계약서를 작성, 매출액의 1%를 컨설팅비 명목으로 빼돌렸다. 또 홈쇼핑 관계자의 친인척을 납품업체의 모니터링 요원으로 채용한 것처럼 이름만 등재한 뒤 실제 활동이 없는데도 매월 급여 명목으로 뇌물을 제공했다.

    이같은 홈쇼핑 관계자들의 금품수수로 인한 추가비용은 제품 판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졌고 결국 그 비용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는 MD 등 홈쇼핑 관계자가 중소기업 위에 군림하면서 리베이트를 요구, 수수하는 관행적인 병폐를 시정하기 위한 것으로 홈쇼핑 업계의 구조적 납품비리를 수사한 최초의 사례"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확보한 홈쇼핑 업체, 납품업체의 압수물 분석과 계좌추적 결과 등을 바탕으로 홈쇼핑 업계의 납품비리를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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