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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정부조직개편안은 여전히 처리되지 않아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장관 임명이 지연되면서 우려했던 행정공백은 현실로 나타났고, 혈세낭비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실제 정부조직개편안의 처리 지연으로 일선 부처는 사실상 업무에 손을 놓고 있다.
게다가 아직 내정자가 공식 임명되지 않은 행정안전부와 외교부, 교육부와 국방부 등 MB정부 장관 4명은 특별한 업무도 없이 각각 900만 원씩, 모두 3600만 원의 급여를 받게 된다.
그만큼 혈세가 낭비되는 셈이다.
특히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 등 신설 부처는 조직조차 꾸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가 3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오는 5일까지 통과시켜줄 것을 촉구했지만, 민주통합당은 여전히 반대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새 정부는 국회가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내일이나 적어도 임시국회가 끝나는 오는 5일까지는 통과시켜줄 것을 거듭 간곡하게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중 미래부의 방송정책 관련 기능을 방통위에 존치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원안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명확히 한 셈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같은 날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와 관련해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을 제외한 나머지 정부조직법 개정안 일체를 우선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이날 여야 원내대표회담 이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새 정부의 몽니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결심을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실상 청와대의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공개선언인 셈이다.
미래부 신설을 두고 여야가 이처럼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권은 방송과 통신이 융합된 케이블TV, IPTV 등을 미래부로 이관해야 발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야권은 그럴 경우 공공성 훼손이 우려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실제 김행 대변인은 유료방송정책을 분리해 방송통신위원회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야당의 입장에 대해 "이미 우리 일상생활에서 통신, 방송, 인터넷을 구분한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며 "지금은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방송을 보기 때문에 방송과 통신정책을 미래부와 방통위가 각기 나눠서 담당하는 것은 전혀 실정에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은 한류를 포함한 각종 콘텐츠를 빠르게 유통하기 위한 고속도로와 같은 것"이라며 "이 도로가 처음부터 계획을 갖고 잘 만들어져야만 콘텐츠 사업을 비롯한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이 성장할 수 있고 청년 일자리가 많이 생기고 미래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유승희 의원은 “민주당은 김대중, 노무현 두 정부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IT산업, ICT 산업을 세계적 반열에 올려놓았고, 지금도 ICT 산업진흥을 위해서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된다고 하는 입장은 동일하다”면서도 “다만 방송은 여론형성 기능이 있고, 순수한 산업진흥 논리만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것으로 방송정책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우리나라 ICT 산업 규모가 370조원 가량이고, 방송시장은 10조원 남짓이다. 그러니까 대략 3% 정도 밖에 안 되는데. 3%에 불과한 방송까지 ICT라는 이름으로 모두 통합하는 것은 산업진흥을 살리는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오히려 실리는 없으면서 공정성 훼손이라는 부작용이 크다”고 반박했다.
여야의 주장은 모두 나름대로 일리 있다.
그러면 대안은 없는가?
김행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는 사심 없이 언론의 독립성, 공정성, 중립성을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새 정부가 ▲공영방송의 임원 선임 ▲지상파·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 등 보도관련 정책 ▲방송통신 금지행위 사후 규제 ▲방송 내용심의 및 평가 규제 등의 방통위 존치 ▲방통위의 중앙행정기관 지위 보장 ▲방통위의 독자적 법령 제·개정권 유지 ▲IPTV 직접 사용채널의 보도 금지 등을 야당의 주장대로 양보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렇다면 한 번 박근혜 정부를 믿어보자.
박근혜 대통령의 아이콘이 ‘약속을 지키는 신뢰의 정치인’ 아닌가.
그 약속을 믿고 이번에 민주당이 통 크게 한번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괜찮은 모습일 것 같다.
만에 하나 박근혜 정부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 국민이 민주당에 힘을 실어 줄 것 이 자명한 일인데 뭘 그리 주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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