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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 이후 분노한 민심이 전국에서 촛불시위로 나타났었다.
당시 “노무현은 조중동(조선 중앙 동아일보)과 싸웠고, 이명박은 초중고와 싸운다”는 촌철살인의 논평이 한 누리꾼의 댓글에서 나왔고, 이 댓글이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차이를 절묘하게 가르는 촌평으로 인식됐다.
이 댓글은 이후 ‘노무현 vs 이명박’ 시리즈를 만드는 요인이 되었고, “노무현은 노빠가 있지만, 이명박은 알바가 있다”, “노무현은 논란의 진실성이 궁금했고, 이명박은 논란의 배후가 궁금했다”, “노무현 홈페이지는 격려 글이 쏟아졌고, 이명박 홈페이지는 악플로 넘쳐났다.”는 등의 시리즈가 인터넷에 넘쳐났다.
사실 노무현은 전 대통령 대선 후보시절부터 조중동과 치열한 전쟁을 벌여야 했다.
하지만 이는 노무현과 조중동의 갈등을 알리는 예고편에 불과했다.
사실 노무현과 조중동의 불편한 관계는 대선 때, 특히 노무현이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할 때 본격화 됐다.
당시 많은 사람들, 특히 노무현 지지자들은 조중동의 보도에 대해 "역시 '조중동'답다."며 혀를 찼을 정도다.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조중동에 종편을 선물하는 등 편애를 노골화했었다.
실제 MB 재임 당시 국회 기자들은 이명박 정부 언론정책을 학점으로 묻자 ‘낙제점’을 매겼다. ‘F학점’을 매긴 이들이 전체의 45.7%(90명)에 달했다. F학점을 매긴 이들은 출신 언론사의 이념성향이나 기자들의 직종, 세대와 무관하게 폭넓게 분포했다. C학점은 23.4%(46명), D학점은 22.3%(44명)로 비슷하게 조사됐으며 B학점을 매긴 이들은 8.1%(16명)에 머물렀다. A학점을 매긴 이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MB의 언론정책 가운데 최악의 정책을 꼽으라면 바로 조중동 등에 종합편성채널(종편)을 선물했다는 사실일 것이다.
실제 노 전 대통령이 시종일과 조중동과 싸움을 벌였다면, MB는 조중동과 밀착관계를 유지했고, 급기야 정권 말기에 그들에게 ‘종편’이라는 떡을 안겨 주었다.
사실 MB가 서울시장 재임할 때부터 긴밀하게 밀월관계를 유지했던 조중동은 그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가자, 노골적으로 MB편에 섰다.
그래서 당시 이명박 후보와 경쟁 관계에 있던 박근혜 후보가 언론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었다.
당시 박 후보는 조중동이 경선룰 내홍을 겪고 있는 한나라당 두 후보에 대해 ‘싸움을 하지 말라’는 식으로 보도를 하는 것에 대해 "옳은 것은 옮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해야 하는데 언론이 무조건 싸우지 말라고 하니 그게 말이 안 되지 않느냐"고 항변하기도 했었다.
그러면 지금, 박근혜 대통령과 조중동의 관계는 어떤가?
이들 신문들은 최근 박 대통령의 인선, 불통에 대해 끊임없이 비판을 가하고 있다.
물론 현 정권이 잘못한 것에 대해 비판하고 지적하는 것은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본연의 역할이라는 점에서 그것이 잘 못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의구심을 받게 되는 데 현재의 조중동의 모습이 그렇다.
오죽하면 박 대통령 측에서 “역대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된 대통령이 이렇게 조중동한테 비판을 받은 적이 있었느냐”고 불만을 토로하겠는가.
아마도 조중동이 이처럼 박 대통령에게 날을 세우는 것은 일종의 ‘대통령 길들이기’ 시도인 것 같다.
하지만 어디 박 대통령이 그리 호락호락한 사람인가.
어쩌면 박 대통령은 지금, 그런 조중동의 모습을 불신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언론의 권력 감시, 그리고 그로 인한 비판은 지극히 당연한 언론의 책무다. 그리고 정권은 그 같은 비판을 문제 삼아 언론과 싸우려 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언론이 권력 감시의 기능을 포기하고, 정권과 밀월관계를 유지하려 들거나 ‘길들이기’를 통해 권력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 들이려는 언론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즉,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아주 작정하고 조중동과 싸우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조중동과 밀월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그다지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라는 말이다.
이런 차원에서 되레 박 대통령처럼 조중동과 권력이 적당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게 정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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