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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을 생명으로 한다.
민의(民意)가 최대한 반영되는 원칙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이라는 것은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반민주 악법’이다.
일명 '몸싸움방지법'으로 불리는 '국회선진화법'은 지난 해 5월 22일 국무회의에서 논란 끝에 심의·의결됐다.
당시 ‘법률상 위헌’이라는 논란이 있었지만, 국회에서 여야 합의사항으로 넘어온 법안이기 때문에 국무회의에서 이를 거부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통과된 국회선진화법은 다수당의 법률안 강행처리와 폭력국회를 막겠다는 의도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권한 제한과 재적의원의 5분의 3이상 동의 시 신속처리법안 지정, 필리버스터 제도 등을 포함하고 있다.
물론 국회는 날치기와 몸싸움이라는 야만적 후진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
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국회의원 개개인의 양심에 따른 문제이지, 이를 법제화한 것은 문제가 있다.
국민의 지지를 받아 과반수의석을 가진 정당이 제출한 법안이라고 해도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 적은 의석의 정당이 반대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든 법안을 과연 ‘민주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다수결의 원칙을 훼손하는 악법으로 마땅히 개정돼야만 한다.
지금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국회에서 발목 잡혀, 상당기간 국정공백을 초래하고 있는데, 그 주요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악법 때문이다.
여야 협상이 민주통합당 등 야당의 반대로 지리멸렬한 가운데, 급기야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7일 여야 합의로 원안을 직권상정해 처리할 것을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공식 요청했다.
하지만 이 원내대표의 제안에 민주당은 즉각 “동의할 수 없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현행 국회 선진화 법에 따르면 천재지변, 전시·사변 등 국가비상사태 외에 국회의장이 교섭단체대표와 합의하는 경우 직권상정이 가능하다.
이 원내대표의 제안은 원안을 본회의에 직권 상정 한 뒤 수정안을 곧바로 올려 표결에 붙이자는 것이다. 여기에서 여야 간 대립중인 방송·통신 정책은 수정안에서 제외하며, 이 경우 방송통신 분야는 원안대로 처리하게 된다.
그는 “표결은 수정안부터 하는 만큼 합의된 것부터 처리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원안과 수정안을 동시에 올려 다수당인 새누리당 의사대로 처리되도록 하자는 것이라면 당연히 동의할 수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모르겠다. 정말 야당의 주장처럼 여당이 ‘날치기 꼼수’를 부리는 것인지, 아니면 야당이 ‘발목 잡기’를 하는 것인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다만 분명한 것은 지금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대해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그로 인해 국정공백이 장기화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은 불 보듯 빤한 일 아니겠는가.
사실 국민은 지난해 총선에서 새누리당에게 과반 의석을 몰아주었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 선거에서도 새누리당 후보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지지를 보내 주었다.
선거가 민의 표출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즉 민의는 새누리당에게 힘을 실어주었으나, 소수정당인 야당이 반대하면 그 힘을 쓸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바로 국회선진화법인 것이다.
오죽 답답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담화문을 통해 국민들에게 이런 사정을 호소했겠는가.
거듭 말하지만 ‘국회 선진화법’은 민주주의 근간인 다수결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반민주 악법’으로 이제는 이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 역시 이를 반대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민주당은 각종 선거 때마다 ‘민주’ 대 ‘반민주’ 구도의 필요성을 앞세워 ‘야권후보 단일화’를 추진해 오지 않았는가.
그런 정당이 ‘반민주 악법’을 옹호하고 나선다면, 그것은 이율배반이다.
이쯤에서 새누리당에게도 한마디 하겠다.
혹여 이를 빌미로 수적 우위를 앞세워 정부조직법안을 날치기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당장 버려야 한다. 최대한 인내하며 야당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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