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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지난해 대통령 선거 당시 유력 야권주자로 떠올랐으나, 거대 양당의 벽에 막혀 완주조차 하지 못하고 중도 탈락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다시 각 언론으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안 전 교수가 서울 노원병 4·24 보궐선거에 출마하기로 하면서 ‘안철수 신당’ 문제가 정치권을 강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안 전 교수가 11일 귀국하는 것과 때를 맞춰 각 언론은 이른바 ‘안철수 신당’에 초점을 맞춘 기사를 연일 쏟아내는 등 호들갑이다.
그렇다면, 과연 안철수 신당의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일단, 단순히 여론조사 결과만 보자면 대체로 긍정적이다.
실제 다수 여론조사에서 가상의 안철수신당 지지율이 민주당보다 무려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1,239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2.8%p)를 실시한 결과, ‘만약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신당을 창당할 경우 어느 정당을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새누리당 37%, 안철수 신당 23%, 민주통합당 11%, 통합진보당 1%, 진보정의당 1%, 의견유보 28%였다. 조사결과대로라면 제1야당이 바뀌게 되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지지자도 10% 안팎이 안철수 신당으로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안철수 신당은 사실상 ‘대성공’을 예약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우선 당장 4.24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안 전 교수가 반드시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다.
야권이 각종 선거 때마다 승리의 방편으로 선택했던 후보단일화도 이번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노회찬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치러지는 노원병 선거에서 기득권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는 진보정의당이 10일 김지선씨를 전략공천 하는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사실상 ‘후보 양보는 없다’는 선언인 셈이다.
지난해 4.11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함께 야권연대를 이루었던 통합 진보당 역시 지난 달 25일 독자후보를 내기로 결정한 상태다.
특히 제1 야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후보 양보’ 목소리보다 ‘독자 후보’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이용섭 의원이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민주당이 공당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4월 노원병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야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노원병 선거는 여야 1대1 구도가 아니라 다자구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럴 경우, 안 전 교수가 승리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다.
안철수 전 교수의 측근인 조광희 변호사가 노원병 보궐선거와 관련해 "간단한 선거가 아니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한 것은 이런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악조건을 타개하기 위해 과거처럼 인위적으로 후보단일화를 강행한다면, 그것은 국민이 안철수 신당에게 기대하는 ‘새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안 전 교수가 후보단일화에 목을 매는 모습을 보이기는 어렵게 됐다.
특히 민주당에서 안철수 신당으로 자리를 옮기는 현역의원의 수는 극히 제한 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안철수 신당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다. 아직 총선이 3년이나 남아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당을 탈당했다가는 차기 총선에서 낙마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즉 여론조사 결과라는 ‘계산’과는 달리 ‘현실’은 안철수 신당에게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안철수 신당은 실패로 막을 내리고 마는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민주당 내에서 문재인 전 대선후보의 책임론이 잘 정리되고, 안철수 신당과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 및 박원순 서울시장이 손을 잡는다면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특히 민주당처럼 박근혜 정부의 ‘발목잡기’에 급급하지 않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야당의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제 1 야당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안철수 신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공천 전망이 어두운 ‘패잔병’들만 몰려드는 실패한 물거품 신당이 될지, 아니면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성공한 제1 야당이 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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