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진실게임’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3-03-11 12: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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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안철수 전 대선 후보가 귀국하는 11일, 지난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 논의를 진행했던 무소속 안 전 후보 측과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후보 측이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특히 한상진 민주당 대선평가위원장(서울대 명예교수)이 ‘안철수 차기 대통령설 발언 요청설’과 '안철수 입당설'을 폭로하면서 양 측의 공방전은 더욱 가열되는 모양새다.

    앞서 한상진 위원장은 지난 7일 "대선의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 당시 안 전 후보가 문 전 후보에게 '내가 단일 후보가 되면 민주당에 입당하겠다'고 했던 것으로 안다"고 공개했다.

    즉 안 전 후보가 후보직을 양보 받는 대신 민주당 입당하겠다는 제안을 했는데, 문 전 후보가 이를 거부하고 협상장을 나왔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면서 "문 전 후보 측은 부인했지만 믿을만한 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안철수 전 후보 측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문 전 후보에 대한 지원 조건으로 안 전 후보를 '미래 대통령'으로 밝힐 것을 요구했다는 주장도 문재인 측으로부터 흘러 나왔다.

    문재인 전 대통령 후보 캠프의 핵심으로 활동했던 민주당의 A중진 의원은 지난 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안철수 서울대 전 교수 측이 대선 후보직을 사퇴한 뒤 지원 조건으로 문 전 후보가 직접 ‘차기 대통령은 안철수’라고 발표하라는 등의 황당한 요구를 했다. 이런 협상을 조율하느라 (안 전 교수의 지원 유세까지) 10여일이 걸린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안철수 차기 대통령설 발언 요청설’과 '안철수 입당설'은 사실일까?

    만일 이런 주장들이 사실이라면, 안철수 전 교수는 ‘이중 플레이’를 한 정치인으로 낙인 찍혀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유세과정에서 자신을 ‘차기 대통령’으로 언급해 달라고 요청했다면, 그것은 ‘이번에 후보직을 양보하는 대신, 다음에는 자신을 지지해 달라’는 조건부 양보, 즉 ‘은밀한 정치적 거래’가 있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 입당설’은 더욱 심각한 내용이다.

    당시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무소속 대통령으로는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발언 했을 때, 안 전 교수는 아주 심각한 정도의 비판을 가했었다.

    심지어 안 전 교수는 민주당도 정치개혁의 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었다. 그런데 만일 안 전 교수가 문재인 후보에게 ‘입당할 테니 후보직을 양보해 달라’고 했다면, 그것은 국민을 속이는 행위가 되는 것이다.

    즉 기성 정치인들도 하기 힘든 ‘이중플레이’를 한 것으로 그것은 ‘안철수 현상’에 역행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안철수 차기 대통령설 발언 요청설’과 '안철수 입당설'이 사실이라면, 안 전 교수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한 순간에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런데 안철수 전 교수 측은 ‘펄쩍’ 뒷면서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런 발언을 요청한 사실도 없고, 입당의사를 밝힌 적도 없다는 것.

    따라서 아직은 누구의 말이 맞는 지 잘 모르겠다.

    다만 당시 두 사람이 공개적으로 대화를 나누지 않았고, 비밀회동을 했다는 점에서 어떤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다행인 것은 당시 두 사람의 회동을 녹취한 대화록이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당시 대화록을 공개하는 것은 어떻겠는가.

    일단 많은 사람들은 안철수 전 교수의 귀국시점에 때를 맞춰 이런 진실게임이 벌어지는 것에 대해 민주당 쪽에 의혹의 시선을 두고 있는 것 같다.

    안 전 교수가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안철수 신당' 창당 등 안철수발(發) 정계개편이 본격화될 경우에 대비해 당내 동요와 이탈이 우려되기 때문에 ‘안철수 견제구’로 이 같은 의혹을 의도적으로 터뜨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일 것이다.

    차기 당권 도전을 선언한 이용섭 의원이 이날 불교방송 아침저널에 출연, "안 전 교수가 지금처럼 일방적 행보를 한다면 민주당도 후보를 내고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일종의 ‘안철수 견제구’일 것이다.

    그러나 안 전 교수를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실제 ‘안철수 차기 대통령설 발언 요청설’에 대해서는 대선당시 문재인 후보캠프 선대위의 종합상황실장이었던 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언론에 보도된 대로 ‘차기대통령’이라는 표현은 아니고, 정확하게 말씀 드리면 ‘안철수 전 후보는 이미 국민의 마음속에 우리나라 미래의 대통령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발언을 해 달라고 요청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일부시인한 마당 아닌가.

    따라서 문재인-안철수 양 측은 이에 대한 국민의 의혹을 해소시켜줄 의무가 있다.

    이 같은 진실게임을 지켜보는 국민은 누가 거짓을 말하고 있는지 알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부디 그런 권리가 짓밟히는 일이 없도록, 당시 대화록을 국민 앞에 낱낱이 공개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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