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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우원식 민주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가 12일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애매모호한 화법을 은근히 꼬집었다.
앞서 안 전 교수는 전날 귀국 기자회견 자리에서 정부조직개편안 문제를 놓고 여야가 팽팽하게 대립하는 것에 대해 “대승적 차원에서 정치력을 발휘해 모범적으로 푸는 쪽이 국민에게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 부대표는 이날 TBS라디오 <열린아침 송정애입니다>에 출연, “이 대답이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다”며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 방송의 공정성은 우리가 내려놓을 수 없는 중요한 가치이고 원칙인데 이런 부분에 대해 모범적으로 풀고 정치력을 발휘한다는 게 우리보고 양보하란 이야기인지 아닌지 애매모호하게 이야기 하시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사회현상에 대해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보다 구체적으로 국민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화법으로, 현실에 대해 분명한 어조로 이야기를 해야 국민들이 그것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며 "너무 두루뭉술하고 잘 이해가 안 되는 말을 하면 안 된다"고 거듭 비난했다.
사실 안철수 전 교수의 얘기를 듣다보면, 언론인으로서 잔뼈가 굵은 필자도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이 수두룩하다.
아니나 다를까?
안 전 교수는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어김없이 애매모호한 화법을 구사했다.
그는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대선후보를 사퇴하면서 새 정치를 위해서는 어떤 가시밭길도 가겠다고 약속드렸다”며 “이제 그 약속을 지키려면 더 낮은 자세로 현실과 부닥치며 이뤄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단 ‘새 정치’를 하겠다는 그의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 어쩌면 그의 재등장이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대해 협상의 돌파구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여야 정치권에 경종을 울릴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치 선문답을 하듯, 알쏭달쏭한 그의 말들을 듣고 있노라면, 과연 안철수 전 교수를 전폭적으로 신뢰해도 되는지 의문이다.
먼저 그는 자신이 출마하는 서울 노원병 지역에서의 야권 단일화 문제에 대해 “후보 단일화에 대한 정치공학적 접근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얼핏 들으면 ‘후보단일화를 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인 것처럼 보인다.
실제 각 언론은 이날 <안철수, 노원병 단일화에 부정적>이라는 기사를 일제히 쏟아 냈다.
과연 그럴까?
지난 대선 당시 안 전 교수의 단일화 행보를 보면, ‘그렇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게 됐다.
당시 그는 후보단일화 성사 여부에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이 중요하고, 국민이 그것에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두 가지 조건과 원칙을 제시했다.
그러자 의견이 분분했다. 안 전 교수가 단일화에 대해 ‘선을 그었다’는 주장과 함께, ‘단일화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진 않았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당시 안 전 교수가 단일화 문제에 대해 시원한 대답 대신 이처럼 애매모호한 태도 보인 것은 그가 처한 정치적 여건과도 무관치 않았을 것이다.
중도적 이미지가 강점인 그가 벌써부터 특정정당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거론한다면 자신의 지지층 중 하나인 중도층, 무당파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란 뜻이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후보 단일화 문제가 사실상 정치공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인데도, 그는 노원병 후보단일화 문제에 대해 “정치공학적 접근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게 참 이리송하다.
단순히 ‘정치공학적 접근’이 아닌, 다른 어떤 고도의 전략적 접근을 하겠다는 뜻인지, 아니면 아예 다른 야당과의 후보단일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물론 이런 식의 애매모호한 화법이 나중에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지지 않고 발을 빼기에는 더 없이 좋은 방법일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국민은 자신의 발언에 ‘책임지는 정치인’의 모습을 원하고 있다.
이른바 ‘안철수 현상’에 부합하는 정치인이 되고자 한다면, 안 전 교수는 당장 화법부터 고칠 필요가 있다.
즉 자신의 의견을 보다 선명하고, 명확하게 국민에게 전달하는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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