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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여야가 21일 정부조직법 관련법안 처리에 이견을 보이며,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법치국가를 만드는데 있어 헌법 위에 '떼법'이 있고, 항상 데모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야당까지 떼법을 쓰면 어떡하냐"며 "계속 떼만 쓰면 자기들이 유리한 쪽으로 풀린다는 식의 접근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새누리당이 합의 문구를 갖고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합의정신을 위반하는 행태에 대해 황당하기까지 하다"고 반격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사실 면밀히 따지고 보면 별 것도 아니다.
그간 협상 과정에서 최대 쟁점이었던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업무 분담 문제가 이번에 다시 불거진 것일 뿐이다.
구체적으로 지상파 방송국에 대한 허가권 문제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등 뉴미디어 정책 집행과 관련한 방통위 사전동의제의 범위가 문제였다.
문방위에 제출된 합의안은 지상파 방송의 허가 추천권을 방통위가, 허가권은 미래부가 갖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 문구 그대로 실행하면 된다.
그런데 민주당이 지상파 방송 관련 사항을 방통위에 남기겠다는 합의정신에 위배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 방통위의 사전 동의를 구해야 하는 종합유선방송(SO) 허가·재허가권에 '변경허가'도 포함시킬 지, 미래부로 이관할 지도 핵심쟁점이다.
변경허가란 허가 후 특정 사안이 변경될 경우, 이를 심사해 실시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해당 내용이 합의문에 없기 때문에 미래부 관할이라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합의문에 명시된 '허가권'에 변경허가권이 포함된다는 해석을 내놨다.
과연 어느 측 주장이 맞을까?
새누리당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합의문을 해석하면 논란꺼리가 없다. 한글을 해독할 수 있는 분이라면 금방 알 수 있다"며 "민주당은 계속 이해관계를 따져 합의문에 기재된 사항을 문안과 달리 해석해야 한다고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합의서 마지막에 '상기 기술된 내용 제외 나머지 사안을 새누리당이 재출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더 이상 실망시키지 말고 본회의에서 처리되도록 대승적 결단을 해 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오랜 진통 끝에 이뤄낸 소중한 합의이고 약속이다. 꼼수와 억지주장으로 인해 무시하면 절대 안 된다"며 "민주당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들의 주장을 듣다보면, 공감대가 형성되기보다는 오히려 화가 더욱 치밀어 오를 뿐이다.
그게 뭔데, 과연 국가 안보가 위중한 이런 상태에서 국정공백을 장기화할 만큼 그렇게 대단한 것인가?
여야 정치권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 몰라도 국민들은 아예 관심조차 없다.
특히 야당의 ‘발목잡기’로 보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새누리당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민주당 보다는 무려 두배 가량 높게 나타나는 데에는 이런 요소가 크게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즉 안철수 신당이 어떤 성향의 정당인지, 그 정책이나 정체성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지금의 민주당과 같은 야당의 모습은 아닐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는 뜻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짙게 깔려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정부와 여당이 다 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적어도 정부조직법 처리에 있어서만큼은 누가 뭐래도 민주당의 잘못이 더 크다.
안철수 신당이 창당되더라도 민주당이 살아남으려면, 지금과 같은 구태의연한 모습은 과감히 떨쳐내야 한다.
국민은 지금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정당이 그들에게 희망을 주지는 못할망정 쪽박이나 깨는 집단으로 비춰진데서야 어디 말이나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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