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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민주통합당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의원 정당공천제를 놓고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정해구 정치혁신위원장은 24일 국회 민주당대표실에서 혁신안을 최종발표한 뒤 기초단체장·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와 관련, "정당공천 폐지를 정치혁신사항이라고 보는 분도 있고 아니라고 보는 분도 있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당공천을 폐지했을 때 정당의 활동이 굉장히 위축된다"며 "지금 한국의 정당은 팔다리가 잘린 상태인데 이런 상황 속에서 정당공천을 폐지하면 정당정치가 굉장히 위축될 수 있다"고 공천제를 폐지할 경우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지방선거가 앞으로 1년 정도 남았기 때문에 더 많은 국민적인 토론이 진행돼야 한다"며 정치혁신방안에 기초단체장·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방안이 포함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정당공천 폐지를 놓고 국민토론이 진행돼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필자 역시 공감하는 바다. 따라서 민주당이 정치혁신안에 이 문제를 포함시키지 않은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지난 대선국면에서 문재인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안철수 당시 무소속 대선후보의 공약을 받아들여 이를 민주당의 정치혁신 방안 가운데 하나로 내세웠다는 점이다.
즉 대선공약으로 내세워 놓고, 이제 와서 아무런 해명 없이 당내 의견이 분분하다는 이유로 공천제 폐지를 유보한다는 것은 제 1야당이 취할 태도가 아니라는 말이다.
먼저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었으나, 이를 정치혁신방안 가운데 하나로 포함시키지 못한 구체적인 이유와 그에 대한 대국민사과가 따랐어야 옳았다.
안철수 당시 대선후보와의 연대에 급급한 나머지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공천 폐지에 따른 문제점을 깊이 생각해 보지 못한 성급한 결정이었고, 이 점에 대해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는 자기반성이 먼저라는 말이다.
이런 점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의 모습이 그나마 ‘어물쩍’ 넘어가려는 민주당 보다는 조금 낫다.
물론 새누리당 내에서도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의원 정당공천 배제에 대해 논란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는 민주당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실제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가 오는 4·24 재보궐 선거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의원의 정당 무공천 방침이 당 최고위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제동이 걸렸다.
앞서 새누리당은 지난 20일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공천위가 결정한 무공천 방침에 대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했으나 의원들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서병수 공천위원장은 당시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결론을 아직 못냈다"며 "최고위에서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고 전했다.
정당 무공천 방안이 최고위에서 재심의를 요청할 경우 공천위에서 공천위원의 3분의 2 이상으로 의결할 수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민주통합당은 공천을 하는데 우리만 안한다면 기호 1번은 공란으로 남는다. 우리 후보는 4~6번으로 밀려날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공천을 하지 않는 것은 자살"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우택 최고위원도 "정당은 선거 때 당연히 후보자를 공천해서 국민들로부터 표를 얻어야 한다"며 "성과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후보자를 공천하지 않는 것은 정당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야 모두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공천폐지를 놓고 갈등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야 간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새누리당은 대선 공약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먼저 ‘무공천’ 방침을 밝혔다가 반대에 부딪혔고, 민주당은 처음부터 ‘유보’ 방침을 밝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대선공약을 실천하려던 새누리당의 모습의 조금은 더 진정성이 있어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공천폐지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공천 폐해에 대한 목소리가 만만치 않듯이 반대 목소리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06년 지방선거부터 도입된 정당공천제는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되는 폐해를 가져왔다는 비판에 시달려 왔다.
반면 지방선거에 대한 중앙당 공천을 폐지할 경우 현역 기초단체장의 제왕적 권력이 영구화되고 지방의회는 지역의 토호세력들에 의해 장악될 수 있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여야가 신중하게 접근해야하며, 공청회는 그 최소한의 과정으로서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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