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에 필요한 특권도 있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3-04-21 12: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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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국회의원의 특권을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특히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지면서 이 같은 여론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에게는 그 업무상 반드시 필요한 특권이 있다. 그런 것들마저 모두 내려놓으라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

    물론 19대 국회 들어 이달 초까지 발의된 법안 4140건 가운데 처리된 법안은 고작 625건(14.2%)에 불과하다. 나머지 3515건은 여전히 계류 중으로 미처리법안이 처리법안의 무려 5.6배에 달한다. 한마디로 국회의원들이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책무를 잘 하지도 못하면서도 무수히 많은 특권을 지니고 있는 것에 대한 국민의 반감은 클 수밖에 없다.

    더구나 국회의원들의 특권 가운데 가장 제한이 필요한 항목으로 `높은 연봉'이 꼽혔다는 설문결과가 나왔다.

    실제 21일 민주당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19세 이상 국민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가장 제한할 필요가 있는 국회의원의 권한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복수응답)에 69.8%가 '높은 연봉'을 가장 많이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대체 국회의원들의 연봉은 얼마나 될까?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의 서복경 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국회의원 연봉격인 연간 세비가 1억4586만2720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세부 내역별로 보면 수당이 7757만원, 입법활동비 3763만원, 특별활동비 790만2720원, 정근수당 및 명절휴가비 1422만원, 관리업무수당 698만원, 정액급식비 156만원 등이다. 이 외에도 가족수당과 중고등생 자녀의 학비가 추가로 지급된다.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에게는 세비 이외에 정책개발 및 자료발간 비용, 출장비, 사무실 운영, 차량운영비 등이 전체 국회 운영경비 중에서 지원된다. 이 활동경비도 연간 1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국회의원 세비는 지난 2001년 이후 가파르게 상승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김기린 정치팀장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회의원 세비는 2001년 월 462만1650원(연 5545만9800원)에서 2011년 월882만8850만원(연 1억594만6200원)으로 10년간 무려 91%나 증가했다. 특히 서복경 연구원이 집계한 올해 세비를 여기에 적용하면 12년간 163%나 급증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대선 때 여야 의원들은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세비 30% 삭감을 약속했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지금은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에게 특권을 내려놓으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에게는 꼭 필요한 특권이 있다.

    세비를 삭감하지 않는데 대한 불만, 법안처리를 미적거리는 데 대한 불만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지니고 있는 특권을 모두 내려놓으라고 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다.

    특히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사당 내에서의 발언에 대해 ‘면책특권’을 갖는 데, 이것을 폐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판단이다.

    만일 국회의원의 발언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사법부에서 일일이 판결한다면, 그것은 의원으로 하여금 원내 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고, 결국 권력견제의 역할이 그만큼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권자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라도 이 면책 특권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더구나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한국 권력구조의 문제점을 고려할 때 국회의원의 면책 특권은 오히려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

    즉 세비 삭감, 의원 겸직 금지 등은 물론이고 국회를 출입할 때 일반인에 비해 특별대우 받는 것과 같은 불필요한 특권은 반드시 내로 놓아야 하겠지만, 의원의 업무와 관련된 특권에 대해서만큼은 포기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국회의원들도 업무상 필요한 권리는 국민에게 당당하게 밝히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먼저 스스로 불필요하거나 지나친 특권들, 국민들이 꼽은 세비 문제와 같은 것들에 대한 포기선언이 따라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국민들은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 업무상 필요한 특권들마저 모두 내려놓으라고 요구할지도 모른다. 모쪼록 19대 국회의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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