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與野, 경선룰 문제없나?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3-05-08 09: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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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정당의 주인은 당원인가, 아니면 일반 국민인가.


    누가 뭐래도 당의 주인은 국민이 아니라 당원이다. 이건 상식이다.


    그런데 이 상식이 여야 각 정당의 내부 ‘경선 룰’ 때문에 무너지고 있다.]


    참여정부 이전까지만 해도 여야 어느 정당을 막론하고, 당 지도부를 선출할 때는 당원과 대의원들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을 당연한 걸로 여겼었다.


    이에 대한 당원과 대의원의 자부심은 실로 대단했었다. 그 자부심이 소속 정당에 대해 애정을 갖게 했고, 그 애정은 웬만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정당지지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이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오픈 프라이머리(개방형 국민참여경선제)’라는 이름으로 당원과 대의원들의 투표권을 사실상 송두리째 앗아가고 말았다.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통해 국민의 관심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뒤 지금껏 열세인 대선레이스에서 역전의 발판을 만들어 보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당시 정동영 후보가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해 열린우리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으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이명박 후보에게 큰 격차로 패하고 말았다.


    그리고 오픈프라이머리를 최초로 시도했던 열린우리당은 지금 역사의 뒤안길에서 완전히 소멸되고 말았다. 오히려 그 후유증이 지금 민주당에 나타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금의 민주당 지지율은 아직 창당되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에 비해 현격히 낮은 것으로 나온다. 심지어 어느 여론조사에서는 신당 지지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동안 웬만한 태풍에도 꿈적 않고 민주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아직 검증조차 되지 않은 ‘안철수 바람’에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그 단적인 지역이 바로 호남이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 전통 텃밭인 호남에서 신당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과 엇비슷하게 나타나거나 오히려 신당 지지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오기도 한다.


    왜 그럴까?


    당의 핵심인 당원과 대의원들이 민주당에 대한 애정을 접었기 때문이다. 만일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데 자신들이 절대적인 권한, 즉 자신들이 투표권한 후보가 당선되는 시스템이어도 그럴까?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자신들보다 민주당에 대한 애정도 별로 없는 일반국민, 심지어 민주당과 경쟁관계에 있는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도록 하는 게 현재 민주당의 경선룰이다.


    사실 민주당은 이 야릇한 경선룰 때문에 수많은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모바일 투표라는 이상한 방식을 도입했다가 물의를 빚어 결국 5.4 전당대회 때는 이를 폐지하지 않았는가.


    특히 오픈프라이머리는 역선택을 방지할 방법이 없다. 각종 경선에서 역선택으로 인해 취약한 후보가 선출된 사례가 얼마나 많았는가.


    여론조사 결과를 표로 환산하는 것 역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여론조사에는 오차범위라는 게 엄연히 존재한다. 단 한 표가 당락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데, 과학적으로 그 이상의 오차범위가 존재하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표로 환산하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방법인가. 아마 대한민국을 제외하고는 이 세상 어느 나라에서도 여론조사를 표로 수치화 하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이는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이미 망해버린 열린우리당의 방법을 따라가느라 ‘절반의 오픈프라이머리’라는 이상한 경선 룰을 만들고 말았다.


    이제는 이 모든 것을 정상으로 돌려놓을 때가 됐다.


    당 지도를 선출 할 때, 당원과 대의원들에게만 투표권을 줘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진성당원들도 늘어날 것이고, 당원과 대의원들도 애당심을 갖고 활동할 것 아니겠는가.


    이는 공직 후보를 선출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래야만 소속 의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보다 뚜렷이 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여야의 경선룰은 새누리당 당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민주당 지지자들의 눈치를 보게 하거나, 민주당 당적을 가지면서도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눈치를 보게 만들고 있다.


    그 단적인 예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애매모호함이다.


    안 의원은 민주당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지지자들로 부터도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다보니 뚜렷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만일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 지금과 같은 경선룰을 계속 고집할 경우, 각종 선거에서 그 정당 소속 예비후보들도 안철수 의원처럼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게 될 것이고, 그것이 결코 정당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제는 경선룰을 제 자리로 돌려놓을 때가 되었다. 여야 어느 정당을 막론하고 당내 경선은 당의 주인인 당원과 대의원들만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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