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등등하던 안철수 어디 갔나?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3-05-20 13: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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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10월 재보궐선거에서의 독자세력화 의지를 수차에 걸쳐 밝힌 바 있다.

    가장 먼저 안 의원은 지난 13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10월 재·보선에 독자세력을 출마시켜 세력화를 도모할지 여부에 대해 "사람들을 구하면 도전할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혔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이 10월 재·보선에 지지세력을 출마시켜 세력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지만 본인 스스로 이런 계획을 직접 밝힌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는 또 세력화 방안과 관련, "결국 문제는 사람"이라면서 "(정당 같은) 형식은 오히려 나중 문제다. 사람들을 열심히 찾아야 한다"고 말해 10월 재·보선을 겨냥해 적극적인 인재 영입에 나설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부산과 광주를 방문, 독자세력화 행보를 본격화하기도 했다.

    실제 안 의원은 지난 17일 오전 부산 사상구 파라곤 호텔에서 열린 영남권 포럼 간담회에서 "정치의 주체가 넓고 다양하게 바뀌어야 한다"며 "적대적인 공생관계를 구축하는 소수의 엘리트 정치가 아니라 희생으로 공생적인 정치를 실현하는 다수의 참여정치가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또 안 의원은 인재 영입과 관련해 "사익보다는 공익을 실현할 수 있는, 정치의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거기에 기여할 수 있는 생각을 갖춘 분, 기득권을 청산할 의지가 있는 분이 필요하다"고 구체적인 기준까지 제시했다.

    안 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당연히 10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세력화 작업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한 것으로 풀이됐다.

    그는 특히 지난 18일 오후 광주 신양파크호텔에서 지역 기자간담회를 열고 독자세력화와 인재영입 의지를 재천명하기도 했었다.

    당시 안 의원은 "지난 대선출마 이후 끊임없이 어느 한편에 설 것을 요구받았지만 결코 편 가르기 정치에 동참할 생각이 없다. 오직 국민의 편에 서겠다"고 독자세력화 의지를 보였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광주를 거점으로 한 독자세력화 추진의지를 분명히 했었다.

    그는 또 "과거의 광주가 그러했듯이 지금 대한민국 정치개혁의 씨앗이 돼주시고 중심이 돼 달라"며 "(스스로는)그 마중물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불과 이틀만인 20일, 안철수 측근들이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 의원 측근인 무소속 송호창 의원과 지난해 대선 당시 안 후보의 진심캠프에서 비서실 부실장을 맡았던 정기남 전 부실장이 "독자 세력화란 시각은 지나친 정치적 해석"이라고 선을 긋고 나선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송호창 의원은 이날 독자세력화에 대해 "아직까지 10월에 재보궐선거를 할지 여부가 확정된 곳은 아직 1군데도 없다. 그런 상태에서 10월 보궐선거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아직은 너무 섣부른 이야기"라고 일축했으며, 정기남 전 부실장 역시 "독자 세력화란 시각은 지나친 정치적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현 시점은 다양한 여론과 의견을 경청하는 단계”라며 “세력화에 대한 본격적인 실행에 나섰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인재영입과 관련해서도 "특정인을 감안한 영입기준에 대해서는 아직 진전된 바 없고 검토한 사실이 없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단계는 아니다"라고 거리를 두었다.

    너무나 황당하고 급격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가 너무 궁금해 <시민일보> 기자가 안 의원의 측근인 정기남 전 부실장에게 물었더니 “(안의원의 말은)앞으로의 정치기준 정도를 말씀하신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 해명이 더 황당하다.

    그동안 안 의원의 발언에 대해 줄곧 ‘애매모호하다’는 비판이 있어 왔으나, 이번만큼은 대부분의 언론이 안의원의 독자세력화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지 않는가.

    만일 모든 정치부 기자들이 안 의원의 발언을 곡해한 것이라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정치인이 정치부 기자들과도 소통을 이루지 못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 전 부실장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즉 안 의원 측이 급격하게 태도변화를 보인 진짜 이유는 다른데 있을 것이란 뜻이다.

    어쩌면 부산과 광주의 민심을 파악하고 나서, 10월 재보궐선거에 자신이 없어진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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