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고하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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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네트워크 '내일'의 창립으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신당창당이 본격화됐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실제 안 의원 측은 전날 ‘내일’ 창립기념 심포지엄에서 신당의 정치노선을 ‘진보적 자유주의’로 정하고, 이 같은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도 안 의원 측근들은 '너무 성급한 얘기'라며 가능성을 일축하고 나섰다.
안 의원과 뜻을 함께하고 있는 무소속 송호창 의원은 20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세력화, 조직화의 얘기를 하거나 창당 얘기를 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얘기인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안의원의 또 다른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도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해 신당 창당을 사실상 공식화 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그런 것은 아니다. 너무 앞서나간 것"이라고 부인했다.
한마디로 신당 창당 움직임을 본격화하면서도 입으로는 ‘창당 공식화가 아니라’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혹시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과 같은 높은 지지율이 계속 유지되면 창당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한발 빼면서 민주당 입당을 선언하기 위한 전략은 아닐까?
사실 아직 창당도 되지 않은 안철수 신당에 대한 국민적 지지율은 매우 높은 편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주 전국의 성인남녀 2500명에게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누구를 지지하는지 물었다.
예상했던 대로 안철수 의원이 1위를 차지했다. 그것도 26.6%로 압도적인 지지다.
2위인 민주당 문재인 의원의 지지율은 13.9%에 불과했으니까, 거의 더블 스코어인 셈이다.
그러면 안철수 신당 지지율은 어떤가?
정당지지율 조사 결과 새누리당 48.7%, 민주당 21.1%, ‘지지 정당이 없다’는 무당파가 23.6%로 나타났다.
그런데 만일 안철수 신당이 나오면 어떡할지 다시 물었더니 새누리당(41.4%)과 민주당(14.6%)이 각각 7% 포인트 정도 빠졌고, 무당층도 무려 11% 포인트나 줄었다.
대신 안철수 신당이 26.2%로 단번에 2위로 ‘껑충’ 뛰어 올라섰다.
즉 안철수 신당이 무동층은 물론이고, 여야 성향 유권자들로부터도 고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중도층 표심 공략에 실패해서 패배했는데, 안 의원은 문 의원이 약세를 보인 중도층에서 특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안철수 의원이 신당창당을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안 의원이 서둘러 정치네트워크 '내일'을 창립하고, 신당 노선을 ‘진보적 자유주의’로 규정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안 의원 측근들은 신당창당 공식화에 대해서는 '너무 성급한 얘기'라며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어쩌면 안 의원 측근들은 현재의 신당 지지율에 ‘국민의 기대치’, 즉 상당한 거품이 끼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구나 현실도 그리 녹록한 상황은 아니다.
안 의원 측이 적극적인 인재영입에 나섰지만, 아직 국민들로부터 정치경륜을 인정받거나, 범국민적 지지를 받는 인사가 영입됐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심지어 이상돈 전 중앙대 교수는 안철수 신당에 대해 “10월 재보궐 선거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즉 현실과 이상, 지지율과 인재영입이 궤를 같이 하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안 의원이 신당창당을 서두르면서도, 정작 그의 측근들이 이구동성으로 창당 공식화를 부인 하는 것은 바로 이런 현상 때문일 것이다.
실제 전문가들은 오는 10월 재보궐선거에서 안철수 세력이 상당한 성적을 거두지 못할 경우, 신당창당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어쩌면 이게 바로 국민의 높은 기대치를 받고 있는 안철수 신당의 참모습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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