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중심” vs. “국민 참여”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3-06-21 14: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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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민주당내 계파갈등이 재연될 조짐이다.


    ‘당원 중심’을 강조하는 당 지도부 측과 ‘시민 참여’를 강조하는 친노 측의 갈등이 수면 위에 떠 오른 것이다.


    실제 당 지도부 일원인 조경태 최고위원은 21일 문재인 의원을 겨냥, “당 지도부를 흔들지 말라”고 포문을 열었다.


    조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의원이 참으로 유감스러운 발언을 했다. 민주당의 주인은 당원이고 민주당의 결정은 당원이 해야 하는데 수만명 당원이 일반 국민의 의사와 동떨어질 수 있다는 문 의원의 발언은 민주당원을 모독하는 발언"이라며 이같이 직격탄을 날렸다.


    조 최고위원의 이 같은 발언은 문재인 의원이 지난 16일 "당원 구조나 의사결정 구조가 얼마나 개방돼 보다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냐, 어떻게 하면 국민정당으로 할 수 있냐가 제일 중요하다"며 "그나마 확고했던 (국민)참여를 다 잘라버리고 당원 중심으로 가는 건 현실적으로 옳은 방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한 데 대한 반박이다.


    당시 문재인 의원은 "현재 우리 당원은 불과 몇만명이고 지역적으로 편중돼있어서 당원중심으로 갈 경우 일반 국민, 일반 유권자들 의사와는 동떨어질 위험성이 많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한길 대표는 문재인 의원의 이같은 발언에도 불구하고, 지난 1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원주권정당’을 거듭 천명했다.


    김 대표는 “지금 민주당 당대표는 김대중 총재이후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가진 대표라고 말씀하는 분들도 있다. 저에게 주어진 권한으로 당원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돌려드리겠다”면서 “대표와 지도부의 가장 큰 권력처럼 얘기되는 공천권도 철저히 당원에게 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시민참여정당을 외쳐온 친노 측에 대한 정면 비판이다.


    결국 당내 지도부와 친노 세력이 당 내부에서 권력투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각종 당내 선거에서 드러났듯이 사실 친노는 시민참여가 없으면 당권을 잡기 힘들다. 즉 민주당이 당원 중심의 정당으로 갈 경우, 친노 세력은 다시는 당권을 거머쥘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김한길 대표가 당원중심으로 가려할 경우 친노는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고, 결국 당내 갈등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당원 중심’을 주장하는 김한길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와 ‘시민 참여’를 주장하는 문재인 의원을 비롯한 친노 세력이 정면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어느 쪽이 정당정치를 실현하는 데 있어서 더 바람직한 것인가.


    책임정당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당원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판단이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으로 영입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도 최근 정당 내에서 자체적으로 지도자를 양성하거나 선출하지 못한 채 일반 유권자에게 공직후보 선출을 맡기는 제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실제 그는 “모바일투표에 의한 완전 개방형에 가까운 선출제도의 도입은 나쁜 의미의 혁명적 변화”라며 “단결된 20만~30만명만 있으면 (공직후보 선출과정을)장악할 수 있는 폐단을 낳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맞는 말이다.


    특히 정당의 주인이 당원이고, 정당정치가 ‘책임정치 구현’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정당이 공직후보를 선출하면서 일반국민에게 맡기는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하는 것은 일종의 책임회피이자 포퓰리즘으로 ‘책임정치’를 후퇴시키는 ‘잘못된 혁명’이다.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는 상식이 여야 각 정당의 내부 ‘경선 룰’ 때문에 무너진다면, 그것은 결코 올바른 방향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 방향은 당의 확고한 지지기반을 잃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실제 지난 해 대통령 선거 당시 당권을 거머쥔 친노 측의 주장에 밀려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했고, 이를 통해 국민의 관심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뒤 열세인 대선레이스에서 역전의 발판을 만들어 보겠다는 야무진 꿈을 가졌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사실상 당원과 대의원들의 투표권을 빼앗아 가면서까지 시민참여를 확대한 결과가 ‘대선 참패’로 나타났고, 오히려 그 후유증이 지금껏 민주당을 괴롭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이 아직 창당도 되지 않은 이른바 ‘안철수 신당’ 지지율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은 당시 투표권을 빼앗긴 민주당 당원들이 대부분 등을 돌렸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들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당에 당원들이 무슨 미련을 가지겠는가.


    이것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도 해마찬가지다.


    여야 어느 정당을 막론하고 당내 경선은 당의 주인인 당원과 대의원들만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게 맞다. 따라서 ‘시민 참여’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당의 주인인 당원의 권리를 빼앗아갔던 경선 룰을 지금이라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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