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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민주당이 10일 지방재정 부족에 따른 이른바 '보육대란'을 막아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금 이른바 보편적 복지의 일환으로 추진되던 0~5세 전면 무상보육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물론 재정문제 때문이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염창동 강서여성문화나눔터에서 서울시내 구청장과 영유아 부모 대표들과 만나 “보육대란이 현실화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앙정부는 나 몰라라 하는데 지방정부의 곳간은 비었다”며 “당장 시급한 것은 영유아보육재정 지원을 위한 중앙정부의 지원 확대”라고 강조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보육대란은 이미 예고된 재앙”이라며 "이대로는 전국 어디든 올 가을을 넘기기 어렵다. 보육대란은 이미 시작됐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현 상황에 대해 "2005년부터 8년간 복지재정은 9%씩 늘었지만 지방정부의 복지부담은 13%씩 늘었다. 이제는 늘어나는 복지비를 부담할 능력이 고갈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양육수당은 6월말로 서울시내 25개 모든 구에서 고갈될 형편이고, 9월말이 되면 보육대란이 현실화될 상황에 놓여있다.
결국 지방정부의 재정이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중앙정부의 재정상황도 그리 넉넉한 것은 아니다.
우선 현행 서울 20%, 지방 50%인 영유아 보육료 국고보조율을 각각 40%, 70%로 올리는 데 들어가는 재원은 1조4000억원~1조6000억원이다.
여기에 경기 지역 등에 각급 법원 설치(4000억원), 시 관내 도로 관리의 중앙정부로 이관(5000억원) 등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재원 분담을 요구하는 법률 개정안이 다수 계류돼 있는 마당이다. 이 법안들의 재정 소
요를 합치면 3조원 가까이 된다고 한다.
게다가 새 정부의 지역공약 106개를 뒷받침할 167개의 사업에는 향후 5년간 총 124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앙정부도 복지 사업 확대 등으로 재정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비중이 큰 지역의 경우 재정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런 마당에 지방재정 부족으로 더 이상 0~5세 전면 무상보육을 실시하기 어렵게 됐으니, 중앙정부가 국고로 무상보육비 재정을 전면 지원해야 한다는 요청은 어찌보면 무리한 요구일 수도 있다.
특히 영유아 보육료 지원의 경우 지방에 대한 보조율을 70%로 높이더라도, 재원이 인구에 비례해 나가기 때문에 수도권에 집중배분 될 가능성이 높아, 상대적으로 비수도권 지역 지방정부가 손해를 받는다는 느낌
을 가질 수도 있다.
따라서 단순히 국고보조율을 높이는 차원의 법 개정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방안이 급선무다.
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이달 초 5년간 부가가치세 납부액을 3%포인트씩 상향조정해 총 20%를 지방소비세로 전환,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토록 하는 ‘지방세법’ 및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이 때문이다.
또 내국세의 19.24%를 지방에 배분하는 지방교부세율을 21%로 높이자는 지방자치 단체의 요구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보다 더 큰 문제는 과연 보편적 복지를 현 상황에서 굳이 실시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꼭 실시해야겠지만, 현재와 같은 어려운 재정상황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있는 복지가 더욱 타당하다는 판단이다.
민주당이 선거를 의식해 성급하게 구호로 내건 ‘보편적 복지’, 그리고 그에 끌려간 이명박정부의 무능함이 오늘과 같은 사태를 초래한 것이다.
모쪼록 박근혜정부가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이 문제를 명쾌하게 풀어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어쩌면 지금 필요한 것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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