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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최근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가한 고교생 5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관계당국의 무관심 속에 짝퉁 '해병대 캠프'가 우후죽순 난립하면서 벌어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결과라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관계당국의 관리 소홀과 책업체들의 무사안일한 캠프 운영이 빚은 인재(人災)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던 걸까?
사실 ‘진짜’ 해병대 캠프는 1997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도구해수욕장 단 한 곳뿐이다. 거기 ‘진짜’ 해병대 캠프에 참가하려면 해병대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해야 한다. 교육도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도구해수욕장에서만 실시된다. 1년에 6차례 4박5일 일정으로 300명을 선착순으로 뽑으며, 해병대사령부가 주관하는 캠프는 식비와 생필품, 보험료로 5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그곳 빼고는 나머지가 다 짝퉁이다. 짝퉁 캠프는 가격도 터무니없이 비싸서 진짜 해병대캠프보다 적게는 15만원에서 많게는 30만원이나 받는다고 한다. 교육도 엉터리다.
해병대사령부의 캠프에서는 유격 및 상륙기습기초훈련, 한국형 상륙장갑차(KAAV) 탑승훈련, 공수기초훈련, 전투수영훈련 등을 체험할 수 있지만 짝퉁 캠프에서는 겨우 해병대를 흉내 내는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 지금 현재 국내에서 사설 '해병대 캠프'를 운영하는 업체는 30 곳이 넘는다. 이건 각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한 업체들 수이고, 실제 방학기간 동안 각 지역에서 운영하는 무허가 업체들까지 더하면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고 한다. 정말 가관인 것은 시나 군에 등록한 업체가 30곳이 넘는데도 사무실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업체는 두세 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업체들 대부분은 학교나 단체를 상대로 참가자들을 모집하고, 그 사람들한테 참가비를 받고나서야 부랴부랴 강사를 모집하고 장비를 빌려와 행사를 치르고 있으니, 안전교육이나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질리 만무하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태안의 사설해병대캠프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체험학습이나 수련활동을 진행하는 여행사인데, 제대로 된 업체가 아닌 것 같다. 해병대 출신 임시 강사들을 고용하고 장비를 빌려 캠프를 운영했다고 한다.
또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을 위한 안전대책이나 충분한 구조·구급 장비 등도 갖추지 않은 채 행사를 진행했다고 하니 정말 어이가 없다.
교관 32명 중 인명구조사 자격증 소지자가 5명, 1급 수상레저 자격면허 소지자 5명, 2급 수상레저 자격면허 소지자가 3명이었다. 더구나 일부 교관은 정규직이 아닌 아르바이트직이었다.
이번에 사고가 나지 않았더라도 언젠가는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현재로서는 뚜렷한 해법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현행법상 '캠프'의 성격을 규정할 관련법규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행사를 운영하려면 지자체와 공제조합에 등록해 사고와 민원에 대처해야 하고 또 학원을 운영하려면, 각 교육청의 관리·감독을 받는데, 이런 캠프는 여행사도 아니고 학원도 아니기 때문에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고 있다.
사설 해병대 캠프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해병대사령부 조차도 그 동안 업체들을 상대로 '해병대 캠프'라는 명칭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협조를 구하는 것이 전부였다고 한다.
이대로는 곤란하다. 해병대 캠프 전반에 대한 철저한 점검을 실시해 다시는 비슷한 사고가 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캠프’의 개념을 확실히 해서 지자체나 교육청이 관리, 감독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특히 해병대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도 ‘해병대’를 내세워 캠프 영업해도 문제가 없는지 따져보고 문제가 있다면 제재를 가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고질적 안전불감증을 시급히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심각한 안전 불감증이 만연해 있다. 불과 며칠전엔 계속된 장맛비로 강물이 넘쳐나는데도 한강 바로 옆 지하에서 공사를 벌이다 7명이나 수몰되는 참사가 있었는데, 이번 사설 해병대 캠프 사고도 상식적인 안전 수칙만 지켰어도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인재였다.
모든 국민들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고, 특히 사설캠프 업주들은 언제 이와 유사한 사고가 날지 모른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안전의식을 높여야 핛이며, 관계당국은 보다 철저한 관리감독을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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