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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민주당이 결국 국회를 버리고 장외투쟁의 길로 나섰다.
비록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원내협상과 원외투쟁을 병행하겠다는 뜻을 밝히긴 했으나, 일단 거리에 나선 이상 어떤 명분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다시 원내로 돌아가기가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과연 바람직한 선택인지 의문이다.
물론 김한길 대표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당내에서는 강도 높은 대여 투쟁을 요구해온 친노 강경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국정원 국정조사와 NLL대화록 열람·공개 국면을 거치면서 민주당 내에는 강경파로 분류되는 친노 인사들과 온건파로 분류되는 비노 인사들 사이에 심각한 갈등기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는 어떤 형태로든 당내 갈등을 가라앉힐 방안이 필요했을 것이고, 장외투쟁은 그 일환일 것이다.
즉 장외투쟁은 친노-비노 갈등을 가라앉히기 위한 포석이라는 뜻이다.
더구나 오는 10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소속 안철수 의원측과 야권 맏형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어야 하는 민주당으로서는 어떻게든 국민들앞에 존재감을 보일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실제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 지지율은 정말 형편없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에 따르면,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새누리당은 34.7%, 민주당은 20.7%로 조사됐다. 새누리당이 14%포인트나 앞섰다. 뒤를 이어 통합진보당 5.2%, 최근 당명을 바꾼 정의당 2.6%순이었고, 무당층은 36.8%로 나타났다.
그런데 안철수신당을 가정한 정당지지도에서는 새누리당 30.2%, 안철수신당 28.3%로, 양당이 오차범위 내인 1.9%포인트 차로 팽팽한 접전을 벌인 반면, 민주당은 12.2%로 가까스로10%대를 넘어섰을 뿐이다.
이 조사는 <리서치뷰>가 인터넷신문 <뷰앤폴>과 지난 30일 전국 만19세 이상 휴대전화가입자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8%p다.
특히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과 민주당 측 사이의 경쟁 구도가 본격화 되고 있는 시점에 안철수 측이 “야당 무능론”을 제기하는 것도 민주당 지도부로서는 상당히아픈 대목이다.
실제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 격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최장집 이사장은 최근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 연구모임(혁신과 정의의 나라) 정례 포럼 강연자로 나서 "권력이란 견제되지 않을 때 독주하거나 일방적으로 흐르는 속성을 갖기에 균형과 견제는 필수"라며 "(균형과 견제가 있어야) 책임정부가 만들어지는데 야당이 이걸 못하기에 정부가 역할을 방기하거나 소홀히 하는 결과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리더십의 부재'를 지적하며 "당이 집합행위를 하지 못하고 각 의원들이 민주당의 이름으로 각자가 정당의 역할을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돌파구를 찾다보니 장외투쟁이라는 고육지책을 선택하게 된 것 같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 선택은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같다.
전문가들도 하나같이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대해 ‘국민지지를 받기 어려운 선택’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대해 “지금 시점에서 민주당이 원내외 병행 투쟁을 내걸고 원외로 장을 옮긴다고 국민에게 얼마나 폭넓은 지지를 받을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윤 전 장관은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어떻게 보면 민주당이 ‘NLL대화록’ 공개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상당히 수세에 몰리고 궁색한 입장이 되니 그 궁지를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이렇게 하는 게 아니냐는 인식을 국민에게 주는 면이 있다”면서 이 같이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같은 날 P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장외투쟁나가기는 쉬워도 들어오기는 어렵다”며 “민주당 장외투쟁의 국민호응은 광우병 파동시의 촛불시위보다 못하다”고 비판했다.
한마디로 민주당이 고육지책으로 장외투쟁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으나, 그선택이 매우 잘못되었다는 말이다.
이제는 민주당 스스로 원내로 돌아갈 명분을 찾아야 한다. 그 시간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장외투쟁이 길어지면, 그만큼 국민의 피로감이 그만큼 높아질 것이고, 결국 그나마 10%대를 유지하고 있는 지지율마저 까먹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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