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박명재, 직무유기 고백한 것인가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3-10-06 13:4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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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민주당 경북도당이 오는 10월 30일 실시되는 경북 포항남·울릉 재선거에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나선 박명재 전 장관의 NLL 대화록 관련 발언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박명재 예비후보는 노무현정부 당시 마지막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냈으나,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강세 지역인 경북 포항남.을릉군에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그러자 그와 공천 경합을 벌이고 있는 김순견 전 포항남·울릉 당협위원장이 최근 성명을 통해 “박명재 전 장관은 노무현 정권 말기에 행자부 장관을 역임했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에는 정권 인수인계의 실무적 책임을 진 무임소 국무위원을 지냈다”며 “NLL 대화록 이관과 관련 주무장관으로 노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사전에 협의가 있었는지 분명히 밝혀 달라”고 압박했다.




    결국 박 예비후보는 지난 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참여정부에서 대통령기록물의 (봉하마을) 유출을 반대했지만, 당시 청와대측이 강행했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었다.



    이어 그는 “대통령기록물은 생산부서가 직접 국가기록원장에게 넘기도록 돼 있다”며 “그러나 당시 청와대는 이걸 넘기지 않고 봉하마을에 갖고 갔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다.



    만일 박명재 예비후보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자신이 스스로 직무를 유기했음을 만천하에 공개적으로 밝힌 셈이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박명재 예비후보가 장관으로 재직한 당시 시행된 법령, 즉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국가기록원장은 행정자치부 장관의 명을 받아 소관업무를 처리하고 소속공무원을 지휘, 감독한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관련법령은 ‘대통령기록물이 공공기관 밖으로 유출될 경우 이를 회수하거나 이관받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박 예비후보는 당시 주무장관으로서 이를 회수하거나 이관받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특히 박 예비후보의 주장대로라면, 그는 대통령기록물의 봉하마을 불법 유출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 몰랐다면 반대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로 당시 법령을 위반한 형사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실제 직무유기죄는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그 직무를 유기하는 죄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대한민국 형법 제122조). 형법은 더 나아가 이에 대하여 형사상 책임까지도 물을 수 있게 했다.



    만일 박명재 예비후보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면 그것은 더욱 큰 문제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과 관련해 박 예비후보는 당시 주무장관이었다. 따라서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아야 할 핵심 대상 가운데 하나다. 당시 주무장관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하기위해 “대통령기록물의 봉하마을 유출을 반대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전형적인 기회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더구나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이 문제로 인해 정국이 떠들썩했을 때에도 끝까지 침묵을 유지했던 그가 뒤늦게 이제 와서 ‘당시 반대했다’고 운운하는 것은 어쩌면 포항남·울릉 재선거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따내기 위한 수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이는 직무유기보다 더한 허위사실유포죄가 성립되는 것이다.



    결국 박 예비후보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직무유기’가 되는 것이고, 사실이 아니라면 ‘허위사실유포’가 되는 딜레마를 안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이 법률자문단과 함께 박명재 예비후보의 발언에 관한 사항을 면밀히 검토해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회가 그를 최종후보로 선택할지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 공심위 내부에서는 박 예비후보의 책임소재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위원들은 당이 해당 사건을 ‘전대미문의 국기문란 사건’으로 규정 하고 대야 공세를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당시 주무장관으로 책임 소재가 분명한 그를 공천한다는 것은 당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것이라며 강력 반대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새누리당 그의 공천을 강행한다면, 국민들은 새누리당과 박 예비후보가 ‘사초실종’을 둘러싸고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새누리당 공심위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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