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고하승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해온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직무에서 배제된 것을 두고 ‘외압’이라는 주장과 ‘항명’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깊이 있는 내막을 잘 모르는 일반국민은 단순히 수사를 지휘하던 팀장이 어느 날 직무에서 배제된 사실만 보고 ‘외압’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실제 국민 10명중 6명은 윤 지청장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에서 배제된 걸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지난 19일과 20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59.0%가 윤 지청장을 수사팀에서 배제한 게 '부적절했다'고 답했다. 반면 '적절했다'는 응답은 26.7%에 불과했으며, '잘 모름'과 '무응답'은 14.3%였다.
특히 윤 지청장이 수사팀에서 배제된 이유에 대해서는 '정치적 외압 때문'이라는 의견이 57.2%로 압도적이었다. 반면 '검찰 내부규정 때문'이라는 응답은 26.1%에 그쳤으며, '잘모름' '무응답'은 16.7%로 조사됐다.
이 조사는 유선전화 ARS-RDD(무작위추출)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하지만 그 내막을 면밀하게 들여다보면, 이건 아무래도 ‘항명’에 가깝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왜냐하면 검사가 수사를 함에 있어서 내부 보고 및 결재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은 상식인데, 윤 지청장은 당시 수사팀장으로서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독단적으로 수사를 벌였다.
윤 지청장 스스로도 상사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고, 절차도 밟지 않았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실제 그는 지난 21일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검사장을 모시고 계속 이 사건을 끌고 나가기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신속하게 비밀리에 강제 수사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한마디로 윤 지청장은 자신이 검사장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일을 추진했음을 사실상 시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검찰 조직인으로서의 자세를 포기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검찰이 그런 사람을 조직의 수사팀장으로 계속 맡길 순 없을 것이다. 그래서 팀장에서 업무에서 배제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만일 우리 신문사에서 정치부 데스크나 사회부 데스크가 편집국장의 지시를 받지 않고 독단적으로 행동하였다면, 필자 역시 그를 직무에서 배제하고 다른 부서로 옮겨버렸을 것이다.
이는 조직을 위한 지극히 당연하고 필요한 조치일 것이다.
특히 법을 준수해야 할 검찰 조직이 그런 정당한 보고와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은 더욱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윤 지청장은 이른바 ‘혼외자’ 문제로 인해 낙마한 채동욱 전 검찰 총장의 하수인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은 윤 지청장이 조급하게 절차를 무시하면서 수사를 진행한 배경에 대해 “지난해에 있었던 한상대 검찰총장 축출을 위한 검란 사태에서부터 시작이 된다. 그때 당시에 한상대 총장께서 중수부 폐지를 국민의 뜻에 따라 주장을 하다 보니까 결국 채동욱 차장을 비롯한 특수부 출신들이 한상대 총장을 몰아내기 시작했다”며 “실제 하수인 역할을 한 사람이 윤석열 지청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채동욱 전 총장이 불평, 불만을 하니까 자연적 하수인 역할을 하는 유석열 지청장이 그 절차를 무시하고 아예 조직을 건들기 시작하는 것”이라며 “이것은 바로 항명이고 하극상”이라고 비난했다.
필자는 이 부분에 대해 진위 여부를 잘 모르겠지만, 만일 정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윤 지청장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사람 아니겠는가.
사실 ‘외압’이라고 하는 것은 검찰 밖, 그러니까 청와대나 새누리당에서 검찰에 압력을 가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지, 검찰 내부의 상사가 소속된 검사에게 명령하는 것을 ‘외압’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이는 검찰내부 조직의 상사명령을 거부한 윤 지청장의 ‘항명’이자 ‘하극상’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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